매일신문

농협, "입증 피해만 보상"…2천만 고객 엎친데 덮쳐

"'피해를 입증하면' 보상하도록 하겠다."

농협이 '뱅크런' 못지않은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군인, 교사 등 공무원 집단의 주거래은행이면서 농촌 지역에서는 유일하다시피한 금융회사인 농협은 2천만 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산 장애로 농협에 의존하고 있던 상당수 고객들의 피해 사례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농협은 전산장애로 인한 고객들의 불편에 대해 공식사과하면서 고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할 것임을 약속하고 고객피해센터를 설치, 피해사례 접수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산장애로 인한 피해 사실을 고객들이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해보상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 측은 "아직 사고 수습과 복구에 주력하고 있어 자세한 피해 규모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피해를 입증하는 자료를 제시하면 충분하게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선 필요한 서류 등 관련 양식을 확인하는 데도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전화문의는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 농협 분쟁조정팀은 공교롭게도 14일자로 전화번호를 바꿔놓았다.

어렵사리 통화했더라도 부동산의 계약, 물품구입 계약 등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이 파기된 경우 등 서류가 확보되는 경우에 한해 구제가 가능해 고객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벌써부터 농협 전산장애 피해 카페가 생겨나는 등 피해를 어떻게 입증해야 할지 머리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밥을 못 먹었거나 물품을 사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 입증해야 할지 난감하다. 관련 서류를 어떻게 발급받느냐'며 농협의 안일한 대처를 비웃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지 못해 지인을 불러 현금으로 계산한 경우도 마찬가지. 모텔 투숙을 위해 비연고 지역을 방문했다 피시방에서 밤을 새운 것 등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농협계좌를 폐쇄하겠다는 으름장을 놓는 이들도 적잖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불만을 최대한 수렴하도록 할 것으로 알고 있다.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명확한 방침이 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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