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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모의 모두를 위한 미술사]미래 미술을 앞당겨 실천하는 예술가,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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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위그
피에르 위그

미술이 미술의 문제인 시대는 마침표를 찍었다. 오늘날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종종 당혹감을 느낀다. 캔버스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이나 대리석 조각 대신, 텅 빈 공간, 알 수 없는 기계 장치, 혹은 모니터 속에서 끊임없이 변환되는 디지털 이미지를 마주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미술은 물질적 결과물로서의 작품을 의미했다.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매체의 특성을 탐구하는 이른바 '미술 내부의 문제'에 집중했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미술이 오직 미술만의 문제에 천착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이 났다.오늘날 미술은 또 한 번의 자연스러운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이 서서히 미술의 영역 안으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이미 현실이 된 미래 미술을 가장 먼저 앞당겨 실천하고 있는 독보적인 예술가가 있다. 바로 프랑스 출신의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다. 그는 첨단 기술을 단순히 신기한 표현 도구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의 작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진화하는 독립적인 생태계(Ecosystem)를 창조한다는 점이다.

피에르 위그의
피에르 위그의 'Uumwelt'

위그의 설치 작품 〈Uumwelt〉(2018)는 인간 중심적 세계 인식을 넘어,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지각한다는 문제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작품 제목인 Uumwelt(우움벨트)는 주변 환경을 뜻하는 독일어 Umwelt(움벨트)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움벨트는 단순히 자연환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생명체가 자신의 감각과 지각 구조를 통해 경험하는 주관적 세계를 의미하는 생물학적·철학적 개념이다. 생물학자 야콥 폰 윅스퀼(Jakob von Uexküll)은 이 개념을 모든 생명체가 동일한 세계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감각 체계에 따라 서로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피에르 위그의 〈Uumwelt〉는 이 개념을 현대 기술 환경 속에서 새롭게 확장한다. 작품은 인공지능 이미지 인식 시스템, 센서, 마스크 형태의 조각, 그리고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장치들이 결합된 복합적 환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설치에서 인공지능은 전시 공간에 등장하는 인간의 얼굴을 인식하고 분석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시각적 인식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즉 인간이 보는 얼굴과 기계가 인식하는 얼굴은 동일한 대상이지만 서로 다른 데이터 구조와 알고리즘에 의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된다.

작품 제목에서 Umwelt앞에 U를 하나 더 붙인 Uumwelt라는 변형된 표기는 이러한 개념적 확장을 암시한다. 이는 전통적인 생물학적 Umwelt 개념이 인간과 동물의 감각 세계를 설명하는 데 머물렀다면, 위그의 작업에서는 인공지능과 기계 시스템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환경적 체계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위그의 작품 〈Uumwelt〉는 하나의 객관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해체하고, 서로 다른 감각 체계와 인식 장치가 만들어 내는 다중적 세계들을 제시한다. 이 작품에서 전시 공간은 인간을 중심으로 조직된 관람 환경이 아니라, 인간·기계·비인간 존재가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을 해석하고 반응하는 복합적 생태계로 변모한다.

김석모 전 강릉 솔올미술관장
김석모 전 강릉 솔올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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