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고리원전 1호기에 이어 고리원전 3, 4호기에 외부전원 공급이 중단돼 비상발전기가 가동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수명연장을 신청해둔 월성 1호기와 월성원전 전반에 대한 안전성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2009년 12월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연장을 염두에 두고 교육과학기술부에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 수명연장에 대비한 압력관 교체작업을 위해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여부는 이르면 올 6월, 늦어도 하반기 중에 결정될 예정이다.
월성 1호기의 안전성과 향후 건설될 신월성 1, 2호기 등 월성원전 전반의 안전성을 두고 한수원 측과 민간, 환경단체 간에 날 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으며 반대 집회도 잇따르고 있다.
◆원전 수명연장은 목숨 담보한 일=한수원과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원전에서 대형사고가 날 확률이 100만분의 1이라며, 사고 확률은 '0'에 가깝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민간'환경단체들은 외국사례 등과 국내 원전의 입지와 주변환경 등을 들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익중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은 "전 세계에 약 450개의 원전시설이 있으며 이 가운데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사고,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합하면 모두 6기의 원전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며 "전 세계 450개 원전 가운데 6기가 대형사고를 냈기 때문에 수치상 사고 확률은 1.33%로, 75개의 원자로 중 1개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한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지어진 중수형 월성원전 1호기도 그간 크고 작은 사고들이 많았다. 중수 누출사고도 있었고, 근로자 피폭사고도 있었다.
경주지역 원전 관련 민간'환경단체들은 "3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을 10년간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발상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경고하며, 노후 원전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과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 등은 한국과 일본 원전을 비교하며 "한국의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며, 이는 다른 나라들이 인정하고 있다"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같이 비상 전원이 모두 끊어졌을 경우 비등경수로는 자연냉각 기능이 없으나, 국내 원전은 증기발생기를 이용해 자연순환 냉각으로 노심을 냉각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수소폭발에 대비해 수소 제거 설비도 갖추고 있고, 지진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지각 구조 및 지진 발생 사례 등을 볼 때, 일본과 같은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
◆후쿠시마 사건 이후 분위기 달라졌다=한수원 측은 특히 국내 원전은 건설예상 지점을 중심으로 320㎞ 이내 역사지진과 계기지진, 지질 특성을 면밀히 조사해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값을 산정한 뒤 안전 여유도까지 감안할 때 원자로 바로 아래에서 0.2g(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해도 견디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간'환경단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핵환경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은 "사고 이전의 일본 동경전력 임원과 일본의 정부요원이 들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하다. 일본은 이번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성을 위해 우리보다 더 노력을 기울였는데 큰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국내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이번 사고가 일어날 당시 일본의 네모난 원전건물을 보면서 '우리 원전은 외벽을 돔형으로 만들어 그곳에 물을 채워놓고 있으므로 이런 사고를 당했을 때 덜 위험하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며칠 후 후쿠시마 원전의 건물구조가 드러나면서 이런 발언이 쏙 들어갔다. 일본은 돔형의 격납고에다 더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그 바깥쪽에 네모난 외벽을 한 번 더 쌓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고 안전성을 더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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