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미학] <38> 번들 마케팅, "묶어 팔자"

경쟁 치열한 PC업계에서 시작…소비자 취향'욕구 만족시켜야 효과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판매자는 제조업체로부터 대량구매를 통해 싸게 들여와 박리다매로 많이 팔아서 좋고, 소비자는 좀 더 싼 가격으로 두 가지 이상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 좋다.

이 번들 마케팅은 사실 PC업계의 경쟁에서 촉발됐다. PC업계는 과다경쟁으로 PC를 사면 MP3, 스캐너, PC 카메라, PDA 등을 묶어서 판매해 큰 효과를 봤다.

이는 타 상품에 확산 효과도 컸다. 제과점이나 문구업체에선 믹스 번들(Mix Bundle) 마케팅을 등장시켰다. 후라보노와 미스 후라보노, 커피맛과 센스민트를 한꺼번에 포장한 껌 번들 제품 그리고 크라운 제과에서는 죠리퐁과 콘칩, 카라멜콘과 땅콩을 묶어서 포장한 스낵번들 상품을 선보였다. 이젠 대형마트에 가면 번들 마케팅은 이미 대세가 됐다. 심지어는 에스컬레이터 위'아래로 가는 사이에 스낵번들 제품들을 진열해 편하게 카트에 담을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지역의 동아백화점 역시 번들 마케팅과 유사 효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주요 전략을 살펴보면 라면의 경우 자체적으로 묶어서 팔 뿐 아니라 양은 냄비를 옆에 진열해 추억이 깃든 맛이 절로 연상되도록 했다. 실제로 매장을 둘러보면 정육코너에는 불고기 양념장, 갈비 양념장이 진열돼 있다.

신선 야채코너에는 샐러드 드레싱과 마요네즈, 냉장햄 코너에는 케첩과 머스터드 소스 등이 묶여 있거나 나란히 진열돼 있다. 이런 번들도 있다. 드럼세탁기 판매대 위에 전용세제와 섬유린스, 식기세척기 판매대에 전용 주방세제, 김치냉장고 위에 김치 보관용기 등 관련 짝 상품을 연관시켜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이와 함께 업체 간 서로 윈(Win)-윈(Win) 전략으로 커피 제조회사에서 구매 사은품으로 크래커류를 증정하기도 하고, 명절에는 식용유와 올리브유 등을 구매하면 밀가루를 증정하기도 한다. 이외에 주류 코너 숙취해소용 음료, 자동차 코너의 졸음방지용 껌, 양곡코너의 쌀벌레 퇴치용 상품 등도 연관 상품 번들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

동아백화점 쇼핑점 식품관 박병구 차장은 "짝 상품을 연관 진열토록 하여 고객이 '깜빡' 하기 쉬운 필수 상품을 상기시켜 줄 뿐만 아니라 한 곳에서 관련 상품을 모두 구매할 수 있는 편리성을 제공하고 있다"며 "유통업체에서는 판매기회 손실을 줄여 매출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들 마케팅으로 또 재미를 본 업체와 상품은 애경의 케라시스. 그동안 리필 제품으로만 증정하거나 판매했던 린스나 트리트먼트의 수준을 넘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인 헤어 앰플을 번들 상품으로 내놓았다. 모발 마사지에 효과를 내는 획기적인 상품이 번들 상품으로 등장하자 케라시스 헤어클리닉 시스템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쉽게 말하면 헤어숍에 가지 않고 집에서 모발 마사지를 할 수 있도록 해 준 상품이었다. 애경의 획기적인 상품을 동반한 번들 마케팅은 매출 수직상승으로 이어졌다.

최근 지속되는 불황에 많은 기업들이 번들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데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번들 마케팅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제품의 구매력을 향상시킬 수 없으며, 어떤 제품과 함께 제공해야 소비자들의 취향과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 한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