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학규입니다. 열심히 할 테니 좀 도와주세요. 2번 찍으셔야 해요"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요란한 유세차도, 마이크도 사용하지 않았다. 수도권 중산층 밀집지역인 분당을 주민들을 직접 만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는 것이 그의 선거운동이었다. 이번 4'27 재보선을 'MB정권 심판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제1야당 민주당 대표의 선거 방식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손 후보는 개의치 않고 조용한 선거운동을 고수하고 있다.
다소 요란한 봄비가 내리는 22일 오전 손 후보는 아파트 유권자 공략에 나섰다. 비가 내리는 정자동 일대를 돌던 그는 악수를 나누는 손에만 힘을 실을 뿐, 목소리는 더 없이 부드럽게 호소했다. 손 후보는 14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부터 차분한 선거운동 분위기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는 주민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미소를 건네는 데 열중했고 악수보다도 포옹을 하면서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손 후보는 "요란하지 않게 지역민들을 만나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권자들의 진정한 요구와 바람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사가 아닌 '부드러운 남자'로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유의 싹싹함과 유머감각은 현장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손 대표를 만나는 할머니들은 모두 '살결이 뽀얀 피부미인'이고, 주부들은 대부분이 '전직 미스코리아'다. 혹 손 대표가 할아버지나 아저씨를 만나게 되면 아무 죄도 없는 부인 이윤영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다. 민주당은 손 후보의 이 같은 선거운동이 주효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손 후보 측은 이번 분당을 지역 중산층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꿔줄 것을 호소하는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산층 거주지인 분당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 또는 바꿔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며 "당선 되면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서민이 중산층이 되는 정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지역구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 후보는 21일에는 복지시설을 찾아 식사 중인 어르신들과 악수를 나누고 무료급식 자원 봉사자들을 도우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저녁에는 처음으로 열린 지역 케이블TV 토론회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손 후보는 가급적 후보사무실 출입을 삼가면서 현장 중심의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손 후보 선거캠프에는 '사무실에 표 없다. 10분 이상 머무르지 말자'는 표어가 곳곳에 나붙어 있었다.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에 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득표활동을 지속하자는 손 대표의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각종 학원과 식당들이 몰려 있는 곳에 후보사무소가 입주해 있는 만큼 불필요한 충돌로 후보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도록 하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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