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10시 25분에 방송되는 KBS2 TV '다큐 3일'에서는 전남 강진의 수양마을에 있는 한글학교를 찾아간다.
푸른 보리가 봄바람에 넘실대는 전남 강진의 수양마을. 이곳 마을회관은 일주일에 두 번씩 학교가 된다. 65세부터 78세까지 학생 20명 모두 3학년. 지난 2009년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어머니들을 위해 강진 농민회가 강진군청의 지원을 받아 문을 연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 학생들이다. 일반적인 한글학교는 읍내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 학교는 동네로 직접 찾아와 밭 매던 할머니가 호미를 던져놓고 수업을 들으러 간다. 선생님은 7명, 모두 농사짓는 농민으로 24개의 마을을 돌며 학생들을 가르친다. 과목은 한글, 산수, 음악으로 모두 시골 실정과 어머니의 눈높이에 맞춰 자체 제작된 교과서로 수업을 한다.
한글학교에서 '가갸거겨'를 배우고 난생 처음 자신의 이름을 쓰게 된 오영례(76) 할머니. 초등학교 문턱도 못 넘어본 할머니는 8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문맹의 막막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글학교를 다니며 주경야독해 55년 전에 발급받은 주민등록증도 읽을 수 있게 됐다. 3년 전 함께 살던 아들을 떠나보낸 최동례(78) 할머니. 아들이 죽은 그해부터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할머니 방 잠자리 머리맡에 삐뚤삐뚤한 글씨로 빼곡한 달력이 있다. 아들이 그리워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한글학교에서 배운 글로 가슴 속에 묻어 놓은 못다 한 얘기를 달력에 풀어낸다. 늦깎이 학생이 된 할머니들의 한글 사랑과 그들의 사연
등을 양희은(내레이션) 씨의 순박한 목소리로 풀어낸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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