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후순위채 전액 보장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이 저축은행 예금과 후순위채권까지 전액 보장하는 내용의 예금자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 부산 지역 국회의원 18명에다 이성헌, 조원진, 조문환 의원 등 모두 21명이 서명한 이 법안은 적용 시기를 올 1월로 소급하도록 했다.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의 5천만 원 초과 예금자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 책임 하의 투자'라는 자본주의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금융 제도의 근본을 흔드는 처사다. 저축은행 예금 부정 인출로 흉흉해진 민심을 무마하려는 얄팍한 표퓰리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예금과 후순위채 전액을 보상해 준다면 저축은행은 높은 금리로 예금을 마구 끌어들일 것이 뻔하다. 저축은행이 망해도 정부가 전액 보상해 주니 예금자들이 몰릴 것이 뻔하고 저축은행은 그렇게 끌어들인 예금으로 위험도가 높은 곳에 투자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것이다. 그러다 저축은행이 또다시 부실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더구나 이 법안은 형평성에서 큰 문제를 제기한다. 이미 문을 닫은 저축은행 예금자들에 대해서도 전액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은 물론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의 예금자가 동등한 보장을 요구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다. 금융 시스템 자체가 와해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 법에 서명한 국회의원들은 과연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물론 저축은행 예금자 상당수가 금융 당국의 무능과 대주주와 임직원, VIP 고객의 예금 부정 인출로 피해를 본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그 피해는 별도의 경로로 구제 방안을 마련할 일이다. 예금과 후순위채까지 전액 보장하는 법안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짓임을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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