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영주 "내가 선비도시 원조"…명칭 둘러싸고 마찰음

안동, 선비문화원 개장…영주 "우리가 상표등록"

한국 유교문화의 본산인 영주시와 안동시가 '선비' 명칭과 원조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그동안 안동은 '정신문화의 수도', 영주는 '선비의 고장'을 지역 상징 문구로 사용해왔으나 지난달 안동시가 도산서원에 선비문화수련원을 열면서 영주시 공무원 등이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다.

영주시는 이미 2008년 순흥면 소수서원 인근에 선비문화수련원을 개장하고 2009년 11월 상표등록을 마친 상태에서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주시 관계자는 "안동의 도산은 조선시대와 일제시대까지 순흥도호부에 속한 영주 땅이었으며 도산서원은 영주 소수서원에서 공부한 퇴계선생을 기리기 위해 퇴계의 제자들이 설립한 서원인데도 안동시가 수년전 퇴계 축제를 열고 선비문화의 원조라고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박석홍 영주 소수서원 학예관은 "영주는 줄곧 선비의 고장, 안동시는 양반의 고장임을 강조해 왔는데 갑자기 안동이 선비를 고집하고 퇴계축제까지 단독으로 여는 것은 지나치다"며 "경남 산청이 조식 선생을 주제로 한 남명축제를 인근 합천, 진주, 김해 등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상생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동시는 '선비'라는 용어가 특정도시의 전유물인 아닌 만큼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선비문화수련원이라는 이름은 영주시가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전인 2001년 '사단법인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으로 법인등록까지 했다는 것.

안동시 관계자는 "음식업이나 기념품 등에만 적용하는 상표권을 교육이나 체험 등 문화교육에 사용하는 것까지 문제삼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라며 "선비는 영주시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두 도시는 10여년 전부터 '선비' 명칭을 단 상표등록을 앞다퉈 해왔기 때문에 이번 선비문화수련원을 둘러싼 논란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주목되고 있다.

영주시는 1998년 7월 '선비의 고장'상표 등록을 시작으로 선비의 고장, 선비정신, 선비숨결, 선비삿갓, 선비촌, 선비뜰, 선비문화수련원 등 10여 개의 상표등록을 해놓았고, 안동시도 선비고을, 안동선비, 선비정신의 본향 안동 등을 상표등록해 맞서왔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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