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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의 시와 함께] 지독-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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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보내온 감 상자는 한 바퀴 빙 돈 테이프를 억세게 뜯어내도 어머니이고 상자 속 상자를 살짝 열어봐도 어머니입니다.

깨질세라 다칠세라 앉힌 것들, 너는 야무지니까 엎드려 성을 좀 돕고, 넌 뚱뚱해 넘어지면 큰일 나니깐 가운데 앉고, 넌 또 구석으로 가고…… 꿇린 무릎 사이사이 낀 종이 안대까지도 모두 어머니 말씀. 말씀이란 때론 어머니 위에 있는 경우가 있고 어머니 곁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머니 밑에 있는 말씀이 더 빛나고 가지런합니다. 이럴 땐 말씀이 아니고 너이고 나이고 있는 그대로 윤나는 정성입니다. -중략-

그렇습니다. 저 반들반들한 것들, 반들반들 빛난다는 것은 어미 소 혀의 어떤 보살핌이 곡진하게 숨어 있다는 뜻이겠지요. 나의 앞길이라는 말씀이겠죠.

어머니가 보내신 소포 받을 때마다 힘겨웠어요. 주소를 쓰신 필체부터 하나하나 내용물을 확인하며 꺼내는 동안 몇 번 훌쩍여야 했는지 몰라요. 소포 속에 든 건 김치나 밑반찬이 아니라 뭉클한 눈물이었지요. 그걸 먹는 내내 울먹임을 먹는 듯, 숨찬 사랑을 먹는 듯, 명치가 체한 듯 아팠거든요.

또한 사이사이 알뜰히 끼우고 받친 물건들은 어머니 노파심이고 간섭이었지요. 밤늦게 다니지 마라, 조석 굶지 마라, 남자 쉬 들이지 마라. 한 번도 보답 못한 모성애였지요. 나는 밤늦게도 다녔고, 조석은 굶기가 다반사였으며 남자를 멀리하지도 않았으니. 그러나 그렇게 내 생의 아래위 좌우에 드나드신 말씀으로 나는 반들반들 빛났겠지요. 실하게 다져졌겠지요.

'지독'(犢)이란 어미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 일로써 자식에 대한 어미의 지극한 정을 비유한 뜻이에요. 어제가 어버이날, 어버이날만 되면 치아가 하나 덜컥 빠지는 느낌이에요. 만날 수 없는 당신, 풍수지탄(風樹之嘆)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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