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규리의 시와 함께] 지독-김영남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어머니가 보내온 감 상자는 한 바퀴 빙 돈 테이프를 억세게 뜯어내도 어머니이고 상자 속 상자를 살짝 열어봐도 어머니입니다.

깨질세라 다칠세라 앉힌 것들, 너는 야무지니까 엎드려 성을 좀 돕고, 넌 뚱뚱해 넘어지면 큰일 나니깐 가운데 앉고, 넌 또 구석으로 가고…… 꿇린 무릎 사이사이 낀 종이 안대까지도 모두 어머니 말씀. 말씀이란 때론 어머니 위에 있는 경우가 있고 어머니 곁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머니 밑에 있는 말씀이 더 빛나고 가지런합니다. 이럴 땐 말씀이 아니고 너이고 나이고 있는 그대로 윤나는 정성입니다. -중략-

그렇습니다. 저 반들반들한 것들, 반들반들 빛난다는 것은 어미 소 혀의 어떤 보살핌이 곡진하게 숨어 있다는 뜻이겠지요. 나의 앞길이라는 말씀이겠죠.

어머니가 보내신 소포 받을 때마다 힘겨웠어요. 주소를 쓰신 필체부터 하나하나 내용물을 확인하며 꺼내는 동안 몇 번 훌쩍여야 했는지 몰라요. 소포 속에 든 건 김치나 밑반찬이 아니라 뭉클한 눈물이었지요. 그걸 먹는 내내 울먹임을 먹는 듯, 숨찬 사랑을 먹는 듯, 명치가 체한 듯 아팠거든요.

또한 사이사이 알뜰히 끼우고 받친 물건들은 어머니 노파심이고 간섭이었지요. 밤늦게 다니지 마라, 조석 굶지 마라, 남자 쉬 들이지 마라. 한 번도 보답 못한 모성애였지요. 나는 밤늦게도 다녔고, 조석은 굶기가 다반사였으며 남자를 멀리하지도 않았으니. 그러나 그렇게 내 생의 아래위 좌우에 드나드신 말씀으로 나는 반들반들 빛났겠지요. 실하게 다져졌겠지요.

'지독'(犢)이란 어미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 일로써 자식에 대한 어미의 지극한 정을 비유한 뜻이에요. 어제가 어버이날, 어버이날만 되면 치아가 하나 덜컥 빠지는 느낌이에요. 만날 수 없는 당신, 풍수지탄(風樹之嘆)이지요.

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고용노동부 및 중소벤처기업부와의 업무보고 후 공직자들에게 휴가를 권장하며, 업무 성과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
정부는 자발적으로 이직하려는 청년에게 생애 한 차례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정년 연장 입법과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등 ...
서울동부지검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이마트에 공급되는 돼지고기 가격을 담합해 시장 가격을 최소 20% 이상 인상한 돼지고기 유통업체 ...
덴마크는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이사벨라 공주가 포함된 여성 징병제를 본격 시행하며 의무 복무 기간을 기존 4개월에서 11개월로 확대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