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치적 고려 배제하고 감세 재점검하라

황우여 신임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감세 정책을 철회해 여기서 마련된 재원을 서민 지원에 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 예산권은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최종 권한"이라고 강조, 청와대나 정부가 반대해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주영 신임 정책위의장도 "감세 철회만으로도 4조~5조 원의 재원을 더 마련할 수 있다"며 "정부가 반대해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감세 정책은 그동안 많은 논란을 빚어왔다. 그 핵심은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늘리는가 여부다. 감세가 그런 정책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지만 반대론자들은 세계적으로 감세가 투자와 고용을 늘린다는 통계적인 증거가 없다고 반박해왔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현재까지 감세 정책의 효과는 기대 이하다. 대기업은 천문학적인 유보금을 쌓아놓은 채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고 일자리도 줄고 있다. 감세가 소비를 늘린다는 주장도 검증되지 않고 있다.

현재 재정 여건은 감세를 수용할 상황이 아니다.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는 급속히 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 등 앞으로 쓸 곳은 늘어나는데 감세 기조로는 이를 충당하기도 어렵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가 사회 양극화를 가속화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포함해 감세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그 전제는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순수한 경제적 접근이다. 감세 정책의 재점검이 정치적 공격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감세 철회로 마련된 재원을 서민 지원에 쓰겠다는 황 원내대표의 계획도 민주당이 내건 보편적 복지의 맞불 작전 차원이라면 그 순수성뿐만 아니라 정책의 효과도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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