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 60년대를 거쳐 온 중년들에게 십자수는 참 익숙한 정겨움이다. 누이가 준비한 혼수용품에 빠짐없이 새겨져 있었고 어머니가 베갯잇마다 세련된 십자수를 놓는 것이 유행이었으니 말이다.
박물관 수(繡)는 '오복을 부르는 꽃'수전-한국의 근대 십자수'전을 7월 17일까지 연다.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 시대부터 근대까지 민가의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민간 자수였던 십자수는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 십자수가 전해진 것은 1910년대. 십자수는 서양의 비잔틴 시대에 터키에서 시작돼 이탈리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졌다. 이는 해방 후부터 1960년대 전반기까지 우리나라에서 대유행을 하게 된다. 근대 십자수를 주도했던 이들은 수입된 서양자수 위주의 새로운 자수법을 교육받은 당시 신세대 여성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기계 자수가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수를 놓는 일상적인 풍경이 사라져갔다.
이번 전시는 전통 수와 함께 1960년대 근대 십자수 유물의 전시를 통해 우리 전통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다. 지금은 잊혀져가는 횃댓보, 책상보, 양복보, 인두판, 베갯모 등 십자수 작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박물관 수 이경숙 관장은 "여성 고유의 미의식과 실용성을 갖춘 십자수가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으며 전통수와 어떻게 접목됐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이라면서 "민간 자수인 십자수는 다수의 여성에 의해 고유되었던 마지막 예술 양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물관 수는 생활자수반(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생활민화반(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전통민화 연구반(매주 수요일 오후 5시)을 모집한다. 053)744-5500.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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