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공산의 재발견] 농업체험 여행

'광복소나무' 구경하고 체리 따기 체험할 수도…

팔공산(八公山)에는 동화사, 갓바위, 기암괴석과 계곡, 역사의 혼이 서려 있다. 비로봉(1,192m)에서 내려다보는 금호강의 절경과 강변 생태공원, 둔치는 시민의 쉼터다. 팔공산의 너른 자락 아래에선 사과나무와 체리가 꽃피운다. 보고 느끼는 하나하나가 우리네 삶의 흔적이다. 단지 가까이 있기에 소중함을 모를 뿐이다. 대구경북 시민의 보고(寶庫)인 팔공산자락의 농업체험 여행을 떠나봤다.

◆대구사과의 마지막 집산지 평광동

천연기념물 제1호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이 있는 도동 향산마을에서 외길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면 평광동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예부터 도동의 서시립, 평광동의 강순항'우효중 효자와 우명식 선비 등 효자와 선비를 많이 배출했으며 불로동고분군, 용암산성, 첨백당(단양 우씨 재실) 등 문화재가 즐비하다.

평광동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구사과의 마지막 집산지라는 것이다. 평광동 사과밭은 '대구 능금'이란 이름으로 시작해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대구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한 사과 재배가 시작된 것은 1905년 무렵이다. 금호강 주변 칠성동과 침산동, 동촌과 반야월 일대에 대규모 사과밭이 들어선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17년 전후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반세기 넘게 우리나라 사과 산업을 대표하던 대구는 도시 팽창으로 사과밭이 공장과 아파트 단지로 바뀌고 기후 온난화로 재배 적지가 북상하면서 1990년대 이후에는 대구의 사과밭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쇠락했다. 평광동 사과밭만 산골이라 개발이 어렵다는 이유로 유일하게 남았다. 대구시 농산유통과 최주원 과장은 "현재 평광동에는 140농가가 120㏊ 면적에 연 2천400t 정도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수령 81년 '홍옥' 사과나무

도동의 천연기념물 제1호 '대구도동측백나무숲'에 이어 평광동에는 최고 수령(81년) '홍옥' 사과나무, 유일의 광복 기념물인 '광복소나무'가 있다.

홍옥 사과나무는 1935년 소유주인 우채정(86) 옹의 선친이 심은 5년생 홍옥과 국광 나무 100그루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한 그루이다. 현재 이 사과나무는 우 옹의 집 앞에 심겨져 있는데 대구사과의 상징이다. 우 옹의 아들인 희광(56·재바우농원 대표) 씨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과나무인 이 '홍옥' 나무에서는 아직도 매년 150~200㎏의 사과가 열린다"고 소개했다.

3대째 사과나무 재배의 맥을 잇고 있는 희광 씨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대구시민들조차 대구사과는 명맥이 끊어져 추억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평광동에서 해마다 1천t이 넘는 사과가 전국적으로 팔려나가고 있다"면서 "수십 년간 우리 마을과 거래한 수도권과 호남지역에서는 여전히 대구사과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우 옹의 집 아래 재실(첨백당) 앞에는 '광복소나무'(光復松)가 푸른 기상을 뽐내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단양 우씨 집안의 우하정 선생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광복의 기쁨을 무엇으로 기념할까 고민하다 나무를 심기로 의견을 모으고 인근 백발산(白髮山)에 올라가 소나무 세 그루를 옮겨와 심었고 그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 광복송이라고 한다. 높이 6m, 둘레 0.8m의 광복송은 희귀하게도 연리지처럼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하트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 동구 둔산동 체리 단지

대구 동구 둔산동(상동마을)에는 경주에 이어 전국 2대 체리단지가 있다. 27농가가 14㏊ 면적에 연 35t을 생산하고 있다. 조구생 둔산동 체리작목반장은 "1930년대 일본인들이 처음 이곳에 들여와 심기 시작했으며 전국에서 가장 빨리 출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대구시관광협회는 지난해 체리따기 체험행사를 열었으며 올해도 6월 11일 등 2회 정도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대구시는 팔공산 자락에 산재한 역사·문화유산과 농업자원을 활용하여 10월까지 계절별 테마를 달리하는 '농업체험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농업체험여행은 코레일관광개발㈜과 연계한 새로운 기차여행 상품으로, 수도권 및 부산 지역민을 대상으로 6, 8, 10월 넷째 주 '놀토'에 연 4회의 '농업체험 투어'를 진행한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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