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표정·포즈·장소 더 튀게…, 졸업앨범 변천사

개성 없이는 두고두고 펼쳐 볼 추억도 없다

무표정한 증명사진이 주를 이루었던 과거 졸업앨범.
무표정한 증명사진이 주를 이루었던 과거 졸업앨범.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요즘 중·고교 졸업앨범.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요즘 중·고교 졸업앨범.
이달 17일 졸업앨범 사진 촬영을 한 영남대 문과대 학생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졸업앨범은 찬밥 신세다. 졸업앨범 사진을 찍지 않거나 앨범을 구매하지 않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졸업앨범 사진에 올인하는 경향도 있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이달 17일 졸업앨범 사진 촬영을 한 영남대 문과대 학생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졸업앨범은 찬밥 신세다. 졸업앨범 사진을 찍지 않거나 앨범을 구매하지 않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졸업앨범 사진에 올인하는 경향도 있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졸업앨범 사진을 찍는 장소가 다양해지고 있다. 요즘에는 대학캠퍼스
졸업앨범 사진을 찍는 장소가 다양해지고 있다. 요즘에는 대학캠퍼스'공원 등 경치 좋은 곳을 찾아가 졸업앨범 사진을 찍는다. 이달 13일 계명대를 찾아 졸업앨범에 들어갈 스냅사진을 찍고 있는 신명고 학생들. 신명고 제공

요즘 캠퍼스에서는 졸업앨범 사진 촬영이 한창이다. 졸업앨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틀에 박힌 듯 찍은 천편일률적인 사진이다. 많은 사람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보고 아쉬움을 표하는 이유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졸업앨범 사진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요즘 졸업앨범에는 다양성이 살아 있고 학생들의 개성이 담겨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졸업앨범도 진화를 한 것이다. 달라진 졸업앨범 문화를 취재했다.

◆딱딱한 분위기의 앨범은 가라

요즘 중'고등학교 졸업앨범은 고급스럽고 밝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멋스러움과 거리가 멀었던 겉표지는 디자인 변화를 통해 산뜻하게 바뀌었다. 졸업앨범을 넘기면 달라진 모습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과거 졸업앨범 사진은 교복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찍은 증명사진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복 차림으로 찍은 화사한 스냅사진이 졸업앨범을 장식하고 있다. 학생뿐 아니라 선생님들 사진도 근엄한 증명사진에서 스냅사진으로 바뀌고 있다.

성명여중(대구시 중구 동산동) 졸업앨범에는 개인 스냅사진이 3장 들어 있다. 학생들은 교복 차림의 상반신'전신, 사복 차림의 전신 스냅사진으로 저마다의 '끼'를 뽐내고 있다. 2008학년도 졸업앨범부터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스냅사진을 찍고 있다.

중'고교 졸업앨범에 스냅사진이 등장한 시기는 1990년대 말이다. 졸업앨범 분위기가 너무 딱딱하다는 불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분위기 메이커로 졸업앨범에 등장한 스냅사진은 10여 년이 흐른 지금 졸업앨범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다. 대구 수성고(수성구 두산동)와 신명고(중구 동산동)의 2010학년도 졸업앨범을 보면 스냅사진이 졸업앨범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냅사진이 주를 이루면서 졸업앨범 분위기가 화사해졌다. 학생들이 취하는 표정과 자세가 다양해졌기 때문. 휴대전화로 자신을 찍는 모습을 스냅사진으로 남기거나 냄비를 쓰고 플라스틱 칼을 든 코믹한 모습으로 스냅사진을 찍은 경우도 있다. 톡톡 튀는 10대들의 자유분방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대학캠퍼스 가서 졸업사진 찍어요"

졸업앨범 사진을 찍는 장소도 다양해졌다. 교정을 배경으로 정해진 포맷 아래 제품을 생산하듯 사진을 찍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요즘에는 대학 캠퍼스'공원 등 경치 좋은 곳을 찾아가 졸업앨범 사진을 찍는다. 수성고 3학년은 이달 14일 영남대를 찾아 졸업앨범에 들어갈 단체사진과 개인 스냅사진을 촬영했다. 하루 앞선 13일 신명고 3학년은 계명대, 경북여상 3학년은 계명문화대를 찾아 졸업앨범 사진을 찍었다. 또 지난달에는 대진고와 송현여고가 대구수목원, 경일여고는 앞산 심신수련장, 경북예고는 두류공원을 찾아 학창시절의 추억을 렌즈에 담았다.

학교 밖 사진 촬영은 2007년 개정교육과정 시행의 영향이 컸다. 3학년 체육대회가 현장학습으로 대체되면서 현장학습을 겸해 졸업앨범 사진을 찍는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 2010학년도 수성고 졸업앨범에 등장한 스냅사진은 대구대에서 찍은 것이다. 2010학년도 경북고 졸업앨범 스냅사진의 배경은 망우공원이다. 수성고 강인규 교감은 "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학교 밖에서 졸업사진을 찍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학생들 반응이 좋아 확산되었다"고 설명했다.

◆여학생들 화장은 기본

스냅사진이 보편화되면서 나타난 변화 중 하나는 학생들이 졸업사진 촬영에 많은 공을 들인다는 것이다. 특히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이 더욱 신경을 쓴다. 고교 졸업앨범을 보면 남학생들은 청바지 또는 면바지 위에 티셔츠 등을 걸쳐 입고 스냅사진을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장을 입은 학생은 간혹 눈에 띈다. 남학생들의 단순한 옷차림과 달리 여학생들은 화려하다. 스냅사진을 보면 원피스'미니스커트'정장 등 다양한 차림이 등장한다. 옷에 어울리게 화장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장 또는 원피스를 입을수록 화장은 진해진다. 기본적인 메이크업뿐 아니라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학생도 있다. 화장품을 갖고 와 사진 찍기 전 '꽃단장'을 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여학생들의 경우 사진 촬영을 앞두고 미용실을 찾아 머리를 손질하는 경우도 많다. 사복 차림으로 찍은 여학생들 스냅사진을 보면 성숙미가 물씬 느껴질 정도다. 학교에서도 졸업앨범 사진 찍는 날에는 화장을 어느 정도 허용한다. 예쁜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 여학생들의 심정을 헤아리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에게 졸업앨범은 찬밥

올해 경북대를 졸업한 최모(27) 씨는 졸업앨범을 구입하지 않았다. 졸업앨범을 구입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사진도 찍지 않았다. 최 씨는 "몇 년 전 형이 대학을 졸업을 하면서 앨범을 구입했는데 졸업식날 한번 보는 것이 전부였다. 졸업앨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구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업앨범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대학교 4학년생 2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2.9%가 졸업앨범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사진을 찍지 않겠다'는 응답자도 37.5%나 됐다.

경북대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졸업생 가운데 50% 정도만 졸업앨범 사진을 찍었다. 졸업앨범 사진을 찍은 학생들 가운데 졸업앨범을 구매한 학생도 절반 정도에 그쳤다. 결국 졸업앨범을 구입한 졸업생은 전체 졸업생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영남대도 졸업앨범을 구매한 졸업생 비율이 30~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 졸업앨범을 구매하는 학생들이 감소하면서 졸업앨범의 두께도 줄고 있다. 2010학년도 영남대 졸업앨범은 440페이지로 10년 전 680페이지에 비해 무려 240페이지나 줄었다.

대학생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찍지 않고 앨범도 구입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대학 관계자들은 가장 주된 이유로 경제적 부담과 취업난을 꼽고 있다. 졸업앨범 사진을 찍으려면 돈이 많이 든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남학생들보다 돈을 더 써야 한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정장과 구두를 사고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까지 받으면 100만원은 쉽게 깨진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취업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앨범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한다. 또 어학연수, 고시 준비 등으로 인한 잦은 휴학'복학으로 졸업시기가 저마다 달라 졸업사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향도 한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경북대 관계자는 "졸업앨범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졸업앨범 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 취향에 맞게 CD로 졸업앨범을 제작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CD 졸업앨범도 얼마나 구매할지 미지수여서 고민이다. 학교가 무료로 CD 졸업앨범을 제작해 나누어 주려고 해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어렵다. 이래저래 졸업앨범 문제는 돌파구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생들은 졸업앨범에 올인

많지는 않지만 졸업앨범에 올인하는 대학생도 있다. 대학 4학년인 이모(24'여) 씨는 지난해 겨울 코를 높이는 성형수술을 받았다. 그녀는 "평소 코가 낮은 것이 불만이었는데 4학년 진학을 앞두고 졸업앨범 사진 촬영과 취업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겨울방학을 이용해 미리 수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졸업앨범 사진 촬영을 앞두고 고가의 피부관리를 받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생 신모(23'여) 씨는 "중'고교 졸업사진과 대학교 졸업사진은 차원이 다르다. 결혼할 때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대학교 졸업앨범 사진이다. 결혼중매회사로 졸업앨범 사진이 흘러들어가기도 하고 주변에서 졸업앨범 사진을 보여주며 소개팅을 주선해 주기도 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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