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5일 한 일반인이 자신의 글에 "너는 가만히 있어라"라는 댓글을 달자 "내 페북와서 반말 큰 소리네" "자식 사진 걸어놓고 악플질"이라는 대댓글과 함께 그 일반인의 아이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박제'했다. "나 대신 이 아이에게 돌팔매질을 해 달라"고 한 셈이었다.
언론은 배 의원에게 아동학대 논란을 제기했다. 배 의원을 찾아가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배 의원은 웃으며 언론 취재를 피하기만 했을 뿐 나흘 간 아이 사진을 삭제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5일째 되는 날이 돼서야 사진은 삭제됐다. 사과도 유감 표명도 없었다. 배 의원은 13일 이와 관련 당원권 1년 징계를 받자 '기자회견'을 열고선 입장문만 읽고 "기자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기까지 했다.
입장문엔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졌고 '공천권' 얘기만 나왔다. 그는 "예상했던, 그러나 납득할 수 없는 징계"라며 "장동혁 지도부는 윤리위 뒤에 숨어서 서울의 공천권을 강탈하는 비겁하고 교활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아이 사진 사건 외에도 최근 자신과 설전을 벌이던 또 다른 일반인의 이름과 직장명 등이 기재된 명함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댓글로 공개했던 배 의원은 이 일이 있기 2주 전 '사이버 괴롭힘' 가해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발의한 사람이다. 그가 발의한 형법 개정안엔 '개인정보를 무단 공개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2차 가해를 유도한 자'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 수많은 정계 인사는 이 사건을 '정치 싸움'으로 규정하고 배 의원을 옹호하는 식의 발언을 쏟아냈다. 배 의원을 이른바 '친한계 숙청의 희생자'로 격상 시킨 것이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4일 배 의원의 당원권 정지 1년 처분을 거론하며 "이례적 중징계 이면에 '친한계와 탄핵 찬성파 솎아내기'라는 정략적 의도가 깔려 있음은 자명해 보인다"며 "민심을 거스르는 숙청 끝에는 국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하루 전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사실과 먼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징계 사유 중 첫 번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에 대한 비방 게시글이다. 두번째가 당 대표 단식 폄훼했다는 걸 갖고 징계를 했다"며 "여의도엔 불문율이 있다. 당내에서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걸로 징계하지 않는다. 저는 배 의원 징계가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과 멀다. 배 의원 징계 판단엔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아동학대 논란 한 가지만 판단 대상이 됐다. 이에 대해 답변을 요구하자 김 의원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는 정적 제거니까 완전한 권력 다툼이라고 생각했는데 배 의원이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며 "장동혁 대표가 이거는 좀 과했고 분명히 앞으로 당 대표를 연임하거나 아니면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불신임 논란이 있을 때 과연 의원들이 편을 들어줄까 저는 이번이 되게 악수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원석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배 의원이 징계의 빌미가 될 만한 실수를 저질렀고 잘못을 했다. 그러나 그 잘못이 과연 당원권 정지 1년에 처할 만한 사유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정적 제거라는 차원의 징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그 장동혁 지도부가 공천권을 행사하고 친한계의 지방선거 공천권을 무력화시키겠다 이런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과 전직 의원, 옛 지도부 인사, 광역자치단체장 사이에서도 범민주계와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2022년 5월 자신의 미성년자 딸을 조롱했다며 전직 기자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고소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설 연휴에 맞춰 배현진 서울시당 위원장마저 윤 어게인 당권파에 의해 숙청됐다"며 "상식적인 다수 국민과 함께 행동해서 반드시 바로 잡을 것"이라고 썼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를 코 앞에 두고 당원 선거로 선출된 서울시당위원장을 징계하는 건 단순한 자해극이나 해당행위가 아니라 민주당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라며 "서울시당의 공천권을 빼앗기 위한 찬탈행위다. 지도부 총 사퇴는 물론이고 제 정신이 아닌 윤리위원장을 임명해 당을 파국으로 몬 장동혁 대표는 제명돼야 한다"고 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은 친한계가 아니라면서도 "배 의원 징계 사유가 된 소셜 미디어 게시물 논란이 과연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장동혁 지도부는 갈등을 봉합하기는커녕 사실상 증폭시키고 방치하고 있다. 이제는 자멸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고 적었다.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은 "당원권 정지 6개월 정도 예상했다. 내가 볼 때 장동혁 지도부는 전략이 이미 구축이 된 것 같다. 배제의 정치를 펼 것"이라고 했다. 이재영 전 새누리당 의원도 "징계는 과정이 중요하다. 누군가가 윤리위에 제소를 했고 그걸 근거로 현역 의원을 징계를 했다. 이건 의원들에게 '당신네들 똑바로 안 하면 내가 이 과정을 똑같이 해서 너도 날릴 수 있어'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정적 숙청 도구로 전락한 불법 계엄 사령부, 윤민우의 윤리위는 폭파돼야 한다"며 "장동혁과 극우는 이재명과 민주당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다"고 했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는 권력을 둘러싼 싸움이다. 옳고 그름의 싸움이 아니다"라며 "다 때가 있다"라고 적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14일 오후 MBN '뉴스와이드' 인터뷰에서 배 의원 관련 질의를 받자 "(당이) 계속 축출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다 보듬어 안아서 함께 선거를 치르는 체제로 들어가야 하는데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 의원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 분"이라며 "그런 분을 내치면 당내 민주주의 원칙에도 크게 어긋나고 다른 갈등의 불씨가 커지는 셈"이라고 했다.
가해 당사자인 배 의원은 소명 과정에서 사과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그 주변 정치인은 그 누구도 아이가 받았을 상처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이들은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결정문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정문에 따르면 배 의원은 소명 과정에서 "여러 네티즌으로부터 악플에 시달려 왔다. 당시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이 같은 문제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사과 의사도 표명했다. 자신의 문제 행동에 대한 윤리적 책임도 인정했다.
다만 중징계가 나간 이유는 배 의원이 "피해자 연락처를 몰라 사과를 하지 못했다"는 취지 주장을 해서였다. 이에 윤리위는 "배 의원은 평소 소셜 미디어 등을 활용한 의사 표명에 적극적이었다.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사과하거나 기자회견 등의 다양한 사과 방법을 활용할 수 있었다"며 "단순히 피해자에 한 접촉 방법이 없었다는 이유로 사과를 못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건 발생 직후 논란이 된 사진을 삭제하고 가능한 다양한 방법으로 사과를 하는 노력이 있었더라면 징계를 줄이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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