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조카 결혼식이 있어서 외국에 사는 동생이 오랜만에 귀국해서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한국에 나왔을 때 사람을 만나서 즐거운 것 외에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먹는 것도 큰 즐거움일 것이다.
한국에 나올 때 먹고 싶은 음식 목록을 적어 나와서는 먹은 음식을 하나씩 지워가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외국생활의 어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음식을 먹고 와서는 윗배부터 가슴까지 더부룩하다면서 연방 '끅끅' 트림을 하면서 소화제를 찾는 게 아닌가. 그래서 소화도 못 시키면서 계속 먹는 것보다 건강검진을 하고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싫다는 동생을 설득해서 검진을 시켰다.
그런데, 막상 건강검진 결과를 보니 너무 건강한 것으로 나왔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은 위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위의 근력이 약해 연동운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고 평소에 열심히 상하운동, 즉 줄넘기나 뜀뛰기운동을 하고, 식사 전에 두 손의 손가락 등을 맞대어 위 주변을 꾹꾹 눌러주는 위 체조를 하라는 처방과 아주 심하게 소화가 안 되면 먹으라고 약을 처방받았다.
보통은 검진 결과가 건강하다고 나오면 좋다고 해야 할 텐데 막상 너무 고생시켰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무리하게 검진을 받게 해서 그런지 건강하다니까 괜히 미안해지는 게 꼭 죄지은 사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생도 내 기분이 느껴져서 그런지 "언니, 너무 건강해서 미안해" 하며 농담을 하는 게 아닌가.
이 일을 계기로 건강검진은 병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하는 건지 아니면 건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하는 건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의 전문분야인 치아를 예로 삼아 생각해 보면, 치과 검진은 치아질환을 초기에 발견해서 조기치료를 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건강검진을 하는 것도 건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만일 질병이 생겼더라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내 동생의 경우도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정기적인 검진을 받도록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직장인들의 건강검진율이 낮아서 이번 달부터는 공휴일에도 건강검진을 하는 병원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우리 모두 일 년에 한 번씩은 건강검진을 받아서 뒤늦게 후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희경<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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