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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마실때마다 고엽제 불안"…칠곡군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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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밭 된 칠곡군, 지역 농산물 반품 등 잇따른 피해로 패닉

24일 칠곡군 왜관 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마실 물을 꺼내 보이고 있다. 왜관 캠프 캐럴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폭로 이후 학생들이 집에서 마실 물을 가져오는 비율이 평소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4일 칠곡군 왜관 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마실 물을 꺼내 보이고 있다. 왜관 캠프 캐럴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폭로 이후 학생들이 집에서 마실 물을 가져오는 비율이 평소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칠곡 왜관 미군부대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칠곡군 전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칠곡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미군부대 주변 부동산 가격이 흔들리는가 하면 학생들이 학교 수돗물 대신 직접 물을 준비해 등교하는 등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목욕탕이나 수영장을 빗대 이상한 소문이 나돌고, 평온했던 마을이 어느날 갑자기 암환자 마을로 오명을 뒤집어쓰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칠곡산 참외 등 과채류 가격이 10~15% 정도 하락하고, 일부 품목은 쇼핑몰에서 반품되는 사례도 발생해 지역 농가들이 울상이다.

박순기 환경실천연합회 칠곡군지회장은 "참외, 오이 같은 대표 농산물에 대한 반품이 하나둘 늘고 있다"며 "하루빨리 조사해 유해성 여부를 명백히 밝혀야 지역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세호 칠곡군수는 24일 "지금 당장 칠곡 지역 농산물이 평소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고 한다. 칠곡은 친환경 농사를 많이 짓는데 땅이 고엽제에 오염된 것처럼 비쳐서 피해가 크다. 이 피해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칠곡교육문화회관 수영장과 민방위급수시설은 분기당 1회의 간이검사와 연간 1회 정밀검사를 통해 수질 안전성이 입증됐는데도 고엽제 사태 이후 "혹시 불순물이 섞였는지도 모른다"라는 여론이 나돌아 이용을 꺼리는 주민이 생기고 있다. 상수도나 지하수를 사용하는 대중 사우나도 이와 비슷한 소문으로 업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캠프 캐럴 주변 주민들은 집이나 농지 등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고, 왜관읍 주민들은 요즘 전화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외지에 사는 친인척들이 거의 빠짐없이 전화를 걸어와 "괜찮으냐"고 안부를 묻는다는 것.

캠프 캐럴에서 400여m 떨어진 왜관 중앙초등학교에는 최근 학교 수돗물 대신 마실 물을 집에서 가져오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이모(12) 양은 "엄마가 미군기지에서 독성물질이 나왔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학교 물은 먹지말라며 오늘부터 물통을 손에 쥐여주었다"고 말했다.

캠프 캐럴 인근 한 마을의 경우는 최근 모 언론사에서 전체 인구 150명 중에 20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모씨는 최근 30년 사이에 남편과 시숙, 시동생 2명이 간암으로 잃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술렁이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고엽제로 온 마을을 암 환자 천지로 비화시키는 등 쑥대밭을 만들어 놓았다"며 "요즘 동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까봐 바깥에 나가기 싫어할 정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칠곡군은 지역여론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을 느끼고 24일 이장회의를 긴급히 소집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임시 반상회를 갖는 등 정확한 정보제공과 여론 추스르기에 나서고 있다.

23일 민관현장방문단으로 참여한 옥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주거환경의 다이옥신 토양농도기준치는 1.0ppb정도인데 2004년 이를 초과한 1.7ppb가 나왔다. 비록 13곳 중 1곳에서만 검출됐지만 이 정도 농도가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민들은 불안을 느낄 만하다"며 "정부는 미군기지 내 화학물질 관리를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공조체계를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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