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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당첨자=이근항(경산시 백천동)
다음 주 글감은 '야생화'입니다
밀가루 적당량 묻힌 아카시아 꽃 튀김 요리는 '최고급'
♥ 가위 바위 보로 한 잎 떼기 게임
향긋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폴폴 날리는 5월이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던 아름다운 추억이 되살아납니다.
제가 살던 고향은 유난히 과수원이 많은 곳이라 그 시절 과수원 울타리는 아카시아나무로 빙 둘러져 있었답니다.
여러 곳의 긴 아카시아 울타리를 지나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윳빛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엔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목청껏 즐겨 부르고 리코더를 가진 날에는 합주가 절로 되지요.
둘이서 짝지어 가위 바위 보로 이긴 사람이 한 잎 떼어내며 먼저 떼어진 사람 책가방 들어주기도 하고 한 잎 한 잎 떼어가며 '좋아한다' '싫어한다' 점치기 놀이도 했답니다.
여름방학이 되면 친구들과 그늘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잎은 다 뜯어내고 줄기로 반을 접어서 머리카락을 조금씩 끼워 말아 고정시켜 놓고 한참 놀다가 풀면 꼬불꼬불한 아카시아 웰빙 파마머리가 되어 깔깔대며 미용실 놀이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어느 여름방학 숙제 과제물로 아카시아 잎 말려서 가져오기가 있었는데 이파리 열심히 따다가 발밑에서 뱀이 나타나 식겁을 하고 그해 여름이 끝나도록 그 자리는 다신 가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아카시아 향기가 그윽한 곳을 지나치면 일부러 차창 문을 활짝 열어 달콤한 향기에 취하고 추억에 취하여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세월이 흘러 옛날의 싱그럽고 발랄하던 모습도 흔적도 없이 주름만 늘었지만 마음속 아름다운 추억은 그 시절 친구들도 여전하겠지요.
친구들아 보고싶다.
장옥순(대구시 동구 검사동)
♥ "어릴 때 땔감으로 많이 썼는데…"
아카시아, 향기 진한 꽃도 있고 양 갈래로 나란히 달린 둥근 잎도 있고 독한 가시도 있지만 아카시아 하면 가장 생각나는 게 나무다.
어릴 적 땔감이 부족해 마른 솔가지를 구하지 못하여 아버지는 밭고랑까지 뿌리 뻗어 내려오는 아카시아 나무를 잘라 오셔서 땔감으로 사용하셨다.
솔가리로 불쏘시개를 하고 그 위에 아카시아 나무를 얹어 두면 불이 살살 피어올라 아카시아 나무가 타 들어가는데 살아 있는 나무라서인지 타면서 눈물을 줄줄 흘린다.
겨우 불을 지펴 놓았는데 가뭇가뭇 불꽃이 꺼져 가면 아버지는 풍로를 돌려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를 지켜보면서 아버지도 덩달아 눈물을 흘리신다.
아카시아 나무가 타면서 내뿜는 매운 연기 때문에 눈을 비비면서 가마솥에 불을 지피던 아버지는 아궁이에서 타다닥 소리를 내는 건 아카시아 나무가 타들어가면서 울부짖는 소리라고 하셨다.
소나무 장작이 없어 할 수 없이 생나무를 베다가 땔감으로 쓰긴 쓴다만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던 아버지를 생각하니 아카시아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카시아 향기 폴폴 날리는 이 오월에, 도시에서는 땔감으로 아카시아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되니 이 향내를 해마다 맡을 수 있어 좋다.
박종민(대구 서구 내당3동)
♥ "가시에 한 번 찔리면 통증 오래 가"
아카시아 향기 그윽한 5월이다.
봄꽃이 지고 나면 5월에 돋아나는 파릇한 새싹 내음 물씬 풍기는 들녘을 지나 자전거 타고 비포장 길을 달려 십리 밖 학교에 다녔던 수채화 같은 그 시절이 있었기에 시골이 고향이란 사실이 참 행복스럽다.
아카시아의 그 향기를 맡으며 꼴망태 지고 소꼴 베기 하다가 심심하면 꼴망태 깔고 앉아 가위바위보 놀이를 한다.
아카시아 줄기를 따다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는 쪽이 잎사귀를 손가락으로 튕겨서 떨어뜨리는 놀이인데, 가장 먼저 줄기의 잎사귀를 다 떨어뜨리면 이기는 것이다.
이 놀이에서 이기기 위해 줄기를 잘 골라야 하는데 이리저리 아카시아 나무를 뒤지다가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으면서 5월에 이 놀이를 즐긴다.
꽃을 보호하기 위함인지! 아카시아 향이 만천하에 내뿜을 때 가시는 유달리 크고 강하여 한번 찔리면 통증이 며칠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소꼴망태가 가득 차면 가위바위보는 빼놓을 수 없는 놀이이기에 가시에 찔리면서도 재미있어했던 놀이였고, 배고프면 찔레 꺾어먹기도 하며 해질녘에야 산에서 내려오곤 했던 그 시절, 그 시절엔 아카시아 꽃잎도 많이 따 먹었다.
벌들이 먼저 날아와 아카시아 꽃 꿀을 먹고 있는데 장난스레 훼방을 놓다가 벌에 쏘인 적도 있었다. 그렇게 공짜 봉침 한 대 맞고 나서 퉁퉁 부은 얼굴로 마을로 내려오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눈망울 그렁그렁한 암소는 내 소꼴망태를 보며 먹을 것을 어서 내놓으라고 한다. 꼴망태 안에는 산나물도 있고 억새풀도 있고 아카시아 잎사귀와 꽃송이도 수북이 담겨 있는데 두 손 가득 꺼내어 소입에다 대고 있으면 우거적우거적 맛있게 먹어주는 우직한 우리 집 암소는 아카시아 꽃에서 나오는 단맛이 좋은지 입맛을 다셔가며 씹고 또 씹고 밤새 컥컥대며 씹고 있었다.
우리 집 소도 아카시아 향기를 맡을 수 있었으니 이 5월이 참 좋았나보다.
문삼숙(대구 달서구 용산동)
♥ 아카시아 꽃 튀김요리 '최고급'
5월 초면 우리 어린이집 아이들은 아카시아 덕분에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카시아는 우리 아이들의 즐거운 장난감이자 먹을거리가 돼 주었다. 아카시아 잎줄기를 머리카락과 함께 땋아주면 예쁜 아카시아 파마머리가 된다. 지난해 아카시아가 한창 폈던 5월의 어느 날, 원장 선생님은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언니와 함께 즐겨 하던 아카시아 파마를 아이들에게 해주었다. 그러자 예상 밖으로 아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했다. 평소 말이 없던 지영이는 아카시아 파마에 푹 빠져 요즘도 매일같이 아카시아 잎줄기를 따온다. 아카시아 잎이 나타났다 하면 어린이집 여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올 정도다. 이 아카시아 파마는 자연스러운 웨이브가 아름답다. 웬만한 고급 미용실에서 한 것보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어, 나도 주말이면 몇 가닥 아카시아 파마를 하고 약속장소에 나타나곤 한다.
아카시아 꽃 튀김은 또 어찌나 맛있는지. 아카시아 꽃을 통째로 따서 밀가루를 적당히 묻힌 후 기름에 튀겨내면 아삭거리고 달콤한 맛은 어떤 고급 간식과도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아카시아 꽃은 모양이 예뻐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최고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에도 아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자연과 닿아 있다.
이제는 아이들이 아카시아 잎으로 가위 바위 보를 하는 놀이에 빠져 있다. 옛날 아이들도 똑같이 놀았다고 하니,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가보다.
이렇게 여러 가지 기쁨을 주는 꽃인데 천대받을 때면 좀 속상하다. 일본인들이 심었다고도 하고 원래 이름은 '아까시나무'라고도 한다. 하지만 아'카'시'아. 이렇게 발음해야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올봄도 아카시아 덕분에 참 행복했다.
김정은(대구 수성구 시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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