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법 아닌 말하기 능력…대입 국가영어평가 도입

2016학년도부터 전면 실시…수험생 혼란 가중 우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 시행되는 201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부터 일부 대학과 학과를 대상으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시범 활용토록 하는 한편 이르면 2016학년도 수능부터 외국어(영어) 영역을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키로 방침을 굳혔다.

교과부의 이번 방침은 문법과 독해 위주인 영어 교육을 실용영어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 그러나 교육계 일부에서는 이 같은 방침이 사교육을 조장할 뿐 아니라 수험생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교과부는 26일 서울고에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및 영어과 교육과정 개정방향'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열고 고교생이 치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평가기준과 예시문항 등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성인용 1급과 고교생용 2'3급으로 나뉘며 2급은 대학공부에 필요한 기초학술영어 사용능력, 3급은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으로 쓰이는 실용영어능력을 평가한다.

수능 외국어 영역과는 문제 유형과 평가 방식이 다르다. 수능 외국어 영역은 듣기와 읽기 문제를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 표준점수와 9등급으로 나누지만 이 시험은 말하기, 쓰기까지 포함한 4개 영역으로 출제되고 절대평가 방식을 따른다. 성적은 패스(Pass) 등급인 A, B, C등급과 평가 불가인 F(Fail) 등 모두 4등급으로 나뉜다.

교과부는 시험 공신력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 수능 대체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며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대입을 치를 2016학년도부터 전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교과부 관계자는 "고3 때 두 번 응시해 좋은 성적을 택하는 방식"이라며 "시험 난이도는 수능 영어보다 조금 더 쉬운 수준이어서 학교 교육만 충실히 받아도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방침에 대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비판도 줄을 잇고 있다. 사교육 부담만 더욱 커지고 수험생들이 수능 시험과 이 시험을 모두 준비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것.

고 2년생 이모 군은 "내년에 이 시험을 활용하는 대학에 수시 원서를 넣고 정시모집에도 응시한다면 수능 영어 시험과 이 시험을 모두 준비하라는 말 아니냐"며 "영어 교육 정상화를 외치면서 수험생들이 볼 피해는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한 고교 영어 교사는 "현실상 학교에서 말하기 교육을 제대로 할 여건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학부모의 불안을 부추겨 사교육 시장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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