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대구 북구 태전동 도로교통공단 대구운전면허시험장. 시동을 건 뒤 전조등과 와이퍼를 작동한 시험차량이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30m가량 움직인 차량은 좌측 방향표시등을 켜고 좌회전을 한 뒤 20m를 더 전진한 뒤 신호등 앞에 멈춰섰다. 결과는 '합격'. 시험에 응시한 지 불과 3분 만이었다. 주차 브레이크를 채운 채 달리거나 와이퍼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 불합격한 응시생을 제외하면 대부분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라는 응시생 이모(24'여) 씨는 "예전처럼 어느 때 운전대를 몇 번 돌려야 한다는 등의 공식이 사라져 부담이 훨씬 적다"며 "주행시험도 운전면허 전문학원에 가지 않고 바로 시험장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첫 기능시험이 10일 대구에서도 치러졌다. 응시생들은 "불합격 걱정을 크게 덜었다"며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미숙한 운전자들이 도로 위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는 S자, T자코스와 굴절 등 까다로운 11개 기능시험 항목 대신, 차량 조작과 안전의식 등을 시험하는 50m 구간으로 대체했다. 평행주차 과정은 도로주행시험 과정으로 편입했다. T자 코스나 굴절, 평행주차 등의 항목이 사라지면서 복잡한 조작이 필요없게 된 것.
이날 대구에서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한 응시생은 125명, 합격률은 90%에 이르렀다. 간소화 이전 평균 합격률이 60%대에 그친 것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 실제 이날 오전 시험에 응시한 64명 중 불합격자는 7명에 불과했다. 시험을 치르는 시간도 12분에서 3분으로 줄었다. 이날 처음 시험을 치러 합격했다는 김모(24'여) 씨는 "차로를 잘 지키는 것 외에는 어려운 게 없었다"며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운전전문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되고 시간도 훨씬 절약할 수 있어 좋다"고 기뻐했다.
대구시내 운전면허 전문학원에는 교육과정과 수강료를 묻는 전화가 폭주했다. 운전면허 간소화를 기다리던 대기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대구시내 운전면허 전문학원의 경우 수강료는 60만원대에서 37만원 안팎으로 내려갔고, 교육시간도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간소화된 시험이 교통안전을 위협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미숙한 운전자들이 도로 위로 쏟아져 나올 경우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 대구 북구 A운전전문학원 관계자는 "8시간 교육을 받고서는 어지간해서는 도로주행시험에 합격하기 힘들다"며 "제대로 운전하지 못하는 수강생이 도로로 나가면 정체를 일으키거나 사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세 폐지해라"…이재명 블로그에 항의 댓글 1만여개 달려
탁현민 "나의 대통령 물어뜯으면…언제든 기꺼이 물겠다"
하늘길 열고 미래신산업 엔진 장착 '대구혁신 100'…2년간 9조2천억원 투자 유치
文 “민주당, 재집권 준비해야…준비 안 된 대통령 집권해 혼란”
“환자 볼모로 더 이상 집단 행동 안된다”…환자 보호자 “하루빨리 협상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