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영주시 부석면 소천리 해발 500여m 소백산 기슭에 있는 안대영(54) 씨의 산삼재배 단지(300여만㎡). 35년 동안 산삼연구에 몰두한 안 씨는 얼마 전 재배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동국대 한의과대학 바이오혁신사업단 산삼연구소 소장직을 그만뒀다. 그는 "중국산 장뇌삼 씨가 들어와 전국 산에 뿌려지면서 고려인삼의 종주국인 우리의 전통산삼이 설 곳이 없어졌다"면서 "앞으로 우리 삼의 고유품종을 유지시키며 명품화한다면 하나의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마니들 재배에 뛰어들다
심마니들이 산삼 재배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전국의 산을 찾아다니며 산삼을 캐던 것에서 한 발 나아가 재배에 적합한 산에서 산삼을 직접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한때 회원 7만 명의 '한국심마니동호회'를 운영한 한국전문심마니협회 서민석(54) 회장은 9년 전부터 산삼재배를 시도해 오고 있다. 청도와 성주 등지의 야산 9만㎡(3만평)에 울타리를 치고 씨를 뿌렸다.
서 씨는 "인삼도 산삼 씨가 밭으로 내려온 것이다. 인삼 씨를 산에 뿌려 2, 3대(1대=7, 8년)에 걸쳐 자생시키면 산삼에 가깝게 회귀한다"며 "인삼 씨종이라도 자연 상태에서 발아해 산의 정기를 받고 오랜 기간 자랐다면 산삼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심마니 강창원(47'영주시) 씨는 15년 전 건강이 나빠져 산삼을 먹고 난 뒤 몸이 회복됐다. 그후 산삼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심마니와 재배연구가의 길로 들어섰다. 강 씨는 오랜 연구 끝에 '산양 산삼의 재배 방법'으로 2008년 7월 특허를 획득했다. 강 씨의 재배방법은 순수 국내산 인삼 씨앗과 산삼 씨앗을 소나무 뿌리 주위에서 2, 3년간 자라게 한 뒤 그 종묘를 다시 공기와 습도 등 재배환경에 적합한 곳에 파종해 7년 이상 장기간 재배하는 기술이다. 강 씨는 "이 산 저 산 발품 팔아서 산삼을 캐다보면 소득이 불안정했다"며 "이제는 산삼재배 방법을 정립해 고소득 특화작목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했다.
◆ 산삼은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산삼을 하나의 임산 작물로 재배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8년 산양삼 재배 농가수는 1천879가구이고 재배면적은 5천649ha이다. 전국 산양삼 재배 농가 중 경상북도는 418농가로 강원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재배면적은 1천397ha로 전국에서 가장 넓다. 재배기술을 농가에 체계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경북도는 농민사관학교에 '산양삼 산업화 맞춤과정'을 지난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07명을 배출했고 올해 30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은 딱딱한 강의만이 아니라 현장견학, 실습, 토론, 사례발표 등으로 구성돼 있다.
30년 간 심마니 생활을 해온 강진하(49'영주시 순흥면) 씨는 2008년 농민사관학교의 '산양삼 산업화 맞춤과정'을 이수한 뒤 산삼재배에 나섰다. 강 씨는 "교육을 받기 전에는 산삼재배에 관한 기준도 없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도 없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수료 후 강 씨는 적합한 재배 조건을 찾기 위해 햇빛의 양과 방향, 토양의 질과 깊이, 해발, 토양 유기물의 적정량 등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현재 400개가 넘는 샘플과 데이터들을 가지고 있다. 재배법이 하루빨리 보편화돼야 산업화도 앞당겨진다는 생각에 쌓아온 노하우를 누구에게나 공개하고 있다.
경북대 산림환경자원학과 이동섭(65) 교수는 "산양삼 재배는 경북지역의 풍부한 산림을 이용한 특화사업으로 지역농가 소득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활성화 되는 재배연구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생산과 유통과정이 음성화된 상태라면 산업화 노력은 결국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산양삼 시장을 양성화하기 위한 제도화에 나섰다.
산림청은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산양삼 품질관리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산양삼의 생산, 유통, 가공, 판매의 전체 과정에 대해 이력을 관리하는 생산관리시스템이다. 씨앗의 출처는 물론 농약과 비료 사용 여부 등 전 재배과정을 모두 기록되고 농약과 중금속 검사를 실시해 불합격하면 폐기처분시킨다.
농촌경제연구원 장철수 연구원은 "앞으로 품질관리제도를 통해 누구에게서 구입한 씨앗을 뿌리고 어떻게 재배했는지 생산이력이 드러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중국 장뇌삼이나 인삼을 속여서 파는 행위는 차츰 사라지고 시장은 양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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