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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제까지 정유사의 팔만 비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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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름값 문제로 정유사를 다시 압박했다. 지난 3월 "정부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정유사에 기름값 인하를 압박했던 최중경 장관이 이번에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문했다. 최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유사들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기름값을 인하했으니 올릴 때도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해서 기름값을 연착륙시키는 것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길"이라고 했다. 오는 6일 휘발유 ℓ당 100원 한시 인하조치가 종료되더라도 한꺼번에 100원을 올리지 말고 단계적으로 인상하라는 뜻이다. 이 발언이 정유사들에 부담을 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최 장관은 "부담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한발 더 나갔다.

최 장관의 압박은 즉시 효과를 나타냈다. 기름값 원위치는 당연하다던 정유사들은 최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곧바로 "단계적 환원"으로 입장을 바꿨다. GS칼텍스가 그 선두에 섰다. 다른 정유사도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여기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기름값이 당장 100원이 다시 오르는 충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미룬 것이다. 정유사의 팔을 비틀면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두 가지다. 정유사의 폭리를 차단하거나 유류세를 내리는 것이다. 전자에 대해 정부는 여러 각도로 조사해봤지만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유류세 인하다. 본란은 여러 차례에 걸쳐 국민의 고유가 고통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소비자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민 대다수가 여기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현 단계에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명확히 말씀 드린다"고 했다. 방법은 뻔히 보이는데도 외면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는 유류세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로 세수 감소를 든다. 이런 주장은 매우 이기적이다.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정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세수가 줄면 불요불급한 예산을 없애거나 축소해야 한다. 헤픈 씀씀이를 위해 언제까지 국민의 주머니를 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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