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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의 시와 함께] 길 위의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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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온통 나비떼

초인종은 세 번을 눌렀다

검은 나비는 문 밑으로 들여보내든가 문틈에다 꽂아 놓았다

간혹 요금이 수취인 부담인 것도 있었다

수취인 불명은 반드시 원래의 제자리로 돌려보내지 않았던가

마감일까지 소인이 찍힌 것은 유효했다

요즘 와서는 거의가 빠른우편이었다

민들레 피고

나는 어깨에 멘 행랑을 내리고 지퍼를 활짝 열어젖혔다

세상은 온통 나비떼

나비떼

정작 나는 행방불명이 되고 싶었다.

민들레 옆에 자전거를 모로 눕히고 쪼그려 앉아 담배 피운다

아, 나는 선량했다.

신현정

신현정 시인은 2년 전 만 61세, 지병으로 타계하셨지요. 생전 그에게 도합 세 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느닷없이 전화하셔서 "이 시인, 세상이 너무 적막해서 내 한 잔 했시다." 세 번 다 똑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어느 행사에서 처음 뵈었을 때, 한겨울인데 재킷 안에 때 묻은 흰 와이셔츠만을 입으셨던 모습과 어딘지 가련한 비애의 냄새가 확 달려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시인이 못 견뎌했던 건 가난도 아니고 먼 시도 아니고, 초인종을 세 번이나 눌러도 닿지 않는 고독, 적막이었던 거지요. 일자 대면도 없이 문 밑으로 밀어넣든가 문틈에다 꽂아두고 돌아서야 하는 우리들의 관계, 적막이었던 거지요. 어쩌다 만나도 바빠서……라며 빠른우편처럼 달아나는 만남들.

에라 모르겠다, 시인은 행랑을 열어 그 불통의 언어들 나비처럼 날려보내며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삶의 정답을 몰랐겠지요. "아, 나는 선량했다." 마지막 행 앞에서 저는 고개를 폭 꺾습니다. 적막하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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