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도달하면서 대부분의 나라가 겪는 현상의 하나가 인구가 줄어들거나 아니면 늘어나는 속도가 아주 완만해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와 여러모로 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최근 사례가 이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의 예측에 의하면 2015년 정도가 되면 일본의 기업들은 상당수가 매출감소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보고 있으며, 그때가 되면 경제성장률이 아니라 경제축소율이란 용어를 쓰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모습은 갈수록 저출산과 고령화의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현재 출산율 1.15에 인구증가율 0.28 정도 수준을 보여주고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인구감소의 개연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사회구조이다. 이미 25세에서 49세 사이의 핵심생산인구는 2010년 현재 1천54만 명으로 5년 전보다 36만 명 감소한 상태이다.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우선 노동력이 감소하여 생산기반이 약화되고, 소비자 규모도 줄어들게 되어 내수기반도 취약해지는 등 총체적인 국가경제의 위축을 초래하게 된다. 당연히 국가의 재정수지도 악화되어 그동안 어려운 가운데 여러 가지로 갖추어 놓은 사회안전망들도 제대로 가동하기 어려운 구조에 처하게 된다. KDI는 핵심 생산인구 감소로 인해 잠재 성장률이 최근 5년간 4.6%에서 2040년이면 1.4%대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남부권 2대 대도시 부산과 대구, 대구와 부산이 인구감소의 충격을 생생하게 경험해오고 있다.
세계는 지금 도시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중국만 하더라도 톈진, 상하이, 충칭 등 이른바 국가급의 대도시를 육성하여 국가 경쟁력을 대도시 전략에서 키워 나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서울의 2배가 넘는 저우산 일대를 제2의 홍콩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국무원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산업의 중심지역인 남부지방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상하이, 광저우 등 강력한 글로벌형의 대도시들이 밀집하여 동아시아의 경제력 집중과 도시 리더쉽의 강화를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남부권의 대표 도시인 부산과 대구, 대구와 부산은 과연 지금 이러한 주변국 대도시들의 글로벌 전략에 충분히 그리고 우월하게 앞서고 있는가. 그동안 도시 주변으로 산업시설과 주거지가 확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도심의 주거공동화와 중심상권 몰락, 도시산업의 침체를 운명처럼 받아들인 두 거대도시의 무기력한 도시경영이 더 이상 방치되어선 안된다.
이제 머지않아 나라 전체가 인구감소의 경제적 충격을 겪기 전에 먼저 이 두 대도시가 다시 도심의 거주인구를 회복시키고 도시의 제반 공급기능을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하면서 오히려 도시주변으로 흩어지면서 특색과 흡수력이 약화된 도시상권을 회복시켜야 한다.
대도시 주변으로 도시화 바람 속에 산재된 주거지나 산업기반들도 서서히 대도시의 복합적인 지원과 글로벌화 되어가는 도시 에너지를 공유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한다. 이제 세계의 거대도시들은 다시 중심으로 구심력을 강화하는 도시 진화과정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최근 지하철 기준으로 도심으로부터 15~20분 이내의 거리로 서민들의 주거지를 대거 집중하도록 공공주택(HDB) 공급전략을 수정하여 서민들이 미래 도시성장의 인적 공급원이자 도시성장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대도시일수록 점차 지식자본과 금융자본, 상업자본의 힘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데 서민들이 교외 거주지나 생산시설 주변으로 이동한 후 다시 구심력이 살아나는 도시의 중심부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되면 머지않아 지리적 격차로 인한 소외가 새로운 시대의 상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도시는 나이 든 주민이나 젊은 취업예정자, 가난한 서민일수록 도시의 새로운 구심력 복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그들을 포용하면서 글로벌 도시로 발전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엄길청(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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