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이다."
초대 UN 사무총장 트뤼그베 리(1896~1968)가 1952년 6년간 몸담았던 자리를 떠나며 한 말이다. 호랑이 같은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회원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의 사무총장 시절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그렇더라도 보기 드물게 소신과 강단이 있는 외교관이었다.
1896년 오늘,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어릴 때 가출하는 바람에 홀어머니 슬하에서 컸다. 변호사를 거쳐 법무장관과 노르웨이 망명정부의 외무장관을 지냈다. 1946년 UN 창설 때 사무총장보다 격이 낮은 총회 사회자에 출마해 실패했으나, 소련의 추천에 힘입어 총장에 뽑혔다. 잘 지내던 소련과 적대적인 관계가 된 것은 1950년 한국전쟁 때문이다. 그는 소련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UN군의 한국 참전과 지원을 주도했다. 이번에는 미국이 소련의 거부권을 피하기 위해 총회에서 그의 임기를 3년 연장하는 편법을 강행했다. 그러나 미국이 매카시 광풍에 휩싸이면서 FBI가 유엔 사무국을 수사하자,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힘들고 어려운 자리에서 재선을 한 반기문 총장의 건투를 빈다.
박병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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