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을 개원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치료받고 있는 강아지들이 있다. 반려견은 보통 12~15년 정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살이 넘은 강아지도 종종 볼 수 있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또순이'라는 강아지를 소개한다.
이 '또순이'는 할머니가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21살 미니핀이다. 할머니는 연세도 많고 몸도 많이 불편하신데 늘 또순이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처음 이 개를 진료할 때, 왼쪽 뒷다리의 발가락이 없었다. 그 사연을 들어보니, '또순이'가 갓 태어났을 때 큰 쥐가 뒷발을 물어서 할머니가 구해주었는데 발가락이 잘렸다고 했다. 그때부터 할머니와 '또순이'는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같이 살았다고 한다. 얼마 전, 이 개의 뒷다리에 큰 종양이 생겨서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할머니가 큰 걱정을 하며 병원을 찾아오셨다.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수술을 결정하게 되었는데, 할머니는 '또순이' 걱정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서울에 사는 자식들이 내려와서 수술 상담을 하고 모두 함께 수술을 지켜보게 됐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또순이'는 다시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됐다. 할머니는 늘 이 개에게 '니가 죽기 전까지 내가 더 오래 살면서 지켜줄게'라고 말씀하신다. 그때마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감동을 느낀다.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해 '노인용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데, 그 유모차 안에 항상 '또순이'를 태우고 다닌다. 서울에 사는 자식들을 찾아가는 길에도 데리고 간다. '또순이'의 나이를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100살이 족히 넘은 나이이고,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20살이 넘은 청년의 나이인데, 할머니에겐 마냥 아기 같아 보이시는 모양이다.
과거, 집에서 키우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 불렀다. 근래에는 단순히 키우는 동물이 아닌 사람과 함께 살며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에서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고 있다. '반려'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짝이 되는 동무, 동반자이다. 할머니와 '또순이'의 관계를 보면 진정한 '반려동물'이란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업의 급격한 발달과 함께 인간 사회가 삭막해져 가는 현대에 반려동물의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이 할머니와 '또순이'처럼 영원한 친구이자 동반자로 느끼고 살아간다면 좀 더 훈훈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최동학 동인동물병원 원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