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수가 병원에 와서 노래도 불러주고 좋은 말도 해주었다. 그가 읊는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줄만 알았습니다/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심순덕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중에서).
그는 또 말한다. 나이가 70에 가깝게 되니 집사람 눈치를 보게 됐다. 아내는 결혼 후 자기한테 존댓말을 써왔는데 자기는 지금까지 그녀에게 반말을 해왔다.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아내한테 존댓말을 쓰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여보, 오늘 약속이 있어 저녁을 먹고 들어갑니다. 날 기다리지 말고 저녁을 잡수세요"라고 전화상으로 존댓말을 썼다. 그 후로는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사용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 번 기생충학 교수가 정년퇴임을 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30여 년을 기생충같이 이 기관에 붙어 잘 살아왔다. 정년퇴임한 내일부터 신학대학원에 등록해서 신학을 공부하겠다"고. 그러면서 "나는 바닷가 모래 위에 글씨를 쓰는 듯이 말했지만 그 말을 듣고 철판에 글씨를 새기듯 가슴 아파했던 분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은 부디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어느 날 아파트 승강기 벽에 '나는 바닷가 모래 위에…'라는 전문이 '좋은 글에서'라는 단서와 함께 붙어 있었다.
요즈음 언어폭력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수련의들에게 반말하는 것은 당연하고, 꾸짖을 때도 심한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수련의들은 그것들을 모래 위에 쓰인 글처럼 금방 잊어버리곤 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수련의들은 심한 말을 들으면 철판에 글씨를 새기듯 마음속에 새기고 괴로워하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공부 잘한다', 커서는 '이 애는 의과대학생이다'라는 말만 들어와서인지 심한 말을 들으면 견디지를 못한다.
지금부터 집사람이나 수련의들에게 존댓말을 써야 하겠다. 은퇴할 나이가 가까워졌으니 나도 아내의 눈치를 살펴야 하겠고, 때론 집사람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어서이다. 집사람은 내 자식들에게는 어머니이고, 어미의 마음은 똑같을 것이 아니겠는가. 같은 값이면 수련의에게도 존댓말을 써야겠다. 존댓말이나 반말이나 단어 수는 거의 같지 않은가.
임만빈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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