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택 시장이 올 하반기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 시장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분양 일정을 연기해 왔던 시공사들이 신규 분양 물량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8월 이후 지역에서 신규 분양을 준비 중인 단지는 10개를 넘고 있으며 가구 수로는 1만 가구에 이르고 있다.
올 상반기 분양 물량이 5천여 가구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2007년 이후 최대 규모 '분양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중구와 북구에 쏟아지는 신규 단지
올 하반기 분양 시장 특징은 구도심인 중구와 북구(침산, 칠성동) 지역에 분양 단지가 몰려 있다는 것과 상반기와 같이 20, 30평형대 중소형이 대다수란 점이다.
중구 분양 예정 단지는 남산동 극동건설의 스타클래스단지(999가구)와 진흥기업의 마제스타워(499가구), GS건설의 대신 자이(1천147가구) 등이며 북구는 침산동 쌍용예가(657가구), 일성건설 트루엘(268가구), 칠성동 코오롱 하늘채(369가구) 등 6개 단지에 이른다.
또 대우건설은 복현동 재건축 단지(1천86가구) 분양을, 태왕 부도로 사업이 중단된 대봉동(1-1지구. 303가구) 재건축 단지도 사업 재개를 준비 중에 있다.
이들 단지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초기 분양 실패와 시공사 부도 등으로 사업 일정을 4, 5년간 연기해 온 단지로 20, 30평형의 중소형이 90%에 이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구와 칠곡 택지지구를 제외한 북구 지역은 몇 년간 신규 분양이 없던 곳"이라며 "동일한 생활권에 4천 가구에 이르는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만큼 단지별로 수요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양 일정은 8, 9월에 극동 스타클래스 단지와 쌍용 예가 단지, 일성 트루엘 등이 분양에 나설 예정이며 나머지 단지는 10월 이후 분양을 준비 중이다.
동구 지역은 봉무동 포스코 건설의 이시아폴리스 3차 단지(1천700가구)가 9월 분양을 준비 중이며 지난 1월 법정관리에서 졸업한 우방은 시공사(신창건설) 부도로 사업이 중단된 비바패밀리 단지(902가구)를 인수해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또 달성군 다사읍 성서 5차 산업단지 지역에 한라건설이 1천100가구 신규 단지 분양을 준비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준비에 나선 단지가 5~7곳에 이르고 있다"며 "신규 분양 단지가 10여 개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신규 분양 몰리는 원인
올 하반기 신규 분양이 몰리는 이유는 대구 주택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만 가구에 이르던 미분양이 1만 가구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주택 거래량도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매매 및 전세 가격도 지난해 가을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분양에 나선 일부 단지의 '초기 계약 성공'도 신규 분양 붐에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 5월에 분양한 동구 이시아폴리스 2차 단지와 달서구 감삼동 용산 브리티시 단지의 경우 계약이 끝난 상태며 수성구 화성산업의 범어숲 단지도 계약률이 80%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분양한 이시아폴리스 1차단지와 화성산업의 달서구 대곡역 위드 단지도 계약이 완료됐으며 1천 가구를 넘는 대단지인 달서구 유천동 AK그랑폴리스단지도 계약률이 80%를 넘어선 상태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 지사장은 "올 하반기 분양 예정 단지 중 신규 사업 추진 단지는 없고 모두 시장 침체로 분양 일정을 연기해온 단지"라며 "분양 시기를 엿보다 시장 회복세에 따라 분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분양 물량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대구 분양 물량은 2005년 2만6천 가구로 정점을 찍었으며 2006년과 2007년에도 2만 가구와 1만9천 가구에 달했지만 2008년과 2009년은 각각 6천500가구와 6천100가구, 지난해에는 7천300가구 수준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쏟아지는 신규 물량이 회복세를 보이는 시장에 또다시 '충격'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아직 계약자를 찾지 못한 미분양이 1만 가구에 이르고 있는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 시장이 재편돼 있어 분양 물량이 몰릴 경우 수요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실제 올 상반기 분양 단지 6개 중 3개 단지는 초기 계약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만큼 분양 단지 가격과 입지에 따라 계약률이 극심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며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 전체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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