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근통신'(木槿通信)이란 책이 있다. 작가 김소운이 1952년 대구 영웅출판사에서 펴낸 서간체 수필로, 일본인의 오만과 편견을 통렬히 비판한 것이다. 그 내용이 일본 유력 잡지 주오고론(中央公論)에 소개되면서 일본 지성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전쟁 때 대구에 머물던 김소운은 '선데이 마이니치'란 일본 잡지에 실린 한국을 비하하는 대담기사에 분기탱천하여 '목근통신'을 썼다. 일본 식민통치의 죄악과 그로 인해 빚어진 참담한 일들, 그리고 전후 일본이 보여준 참회의 허위성을 조목조목 지적한 글이었다.
2006년 개봉된 강우석 감독의 영화 '한반도'의 장면을 떠올려 본다. 남북이 통일을 약속하고 경의선 철도 개통을 추진하자, 일본은 1907년 대한제국과의 조약을 근거로 이를 방해하고 앞선 기술과 자본을 무기로 한국 정부를 압박한다.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고종황제를 독살하는 과거의 참상과, 일본 외상이 청와대에 찾아와 한국 대통령을 호통 치는 오늘의 현실이 오버랩되는 장면은 차라리 형벌이었다.
'목근통신'이 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나도록 영화 '한반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저들의 간악한 도발은 지칠 줄 모르고, 우리의 구태의연하고 미적지근한 대응 또한 변함이 없다. 시나브로 독도 영유권을 강변해 온 일본은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독도왜란을 본격화하더니 이제는 일부 극우파 정치인들이 울릉도를 방문하겠다고 망동을 부리며 독도 상륙 작전까지 감행하고 있다. 일본의 대지진 피해 복구를 도우기 위해 우리 국민들이 삼삼오오 정성을 모았던 일이 그저 무색하기만 하다.
그들이 이 땅에서 저질렀던 천인공노할 범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쓰시마(對馬島) 섬이라도 뚝 떼어서 바치고 사죄를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웬 독도왜란인가. 어떤 의식구조를 가진 집단인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무슨 업보로 지구상에 둘도 없을, 저리도 별난 왜족과 이웃하게 되었던가. 모토(母土)인 한반도에서 긴 세월 저질러온 온갖 죄악에 대한 반성은커녕 적반하장의 악업(惡業)만 되풀이하고 있는 저 패륜적 집단을 어쩌면 좋을까.
두 나라의 어제와 오늘을 생각할 때 다가올 내일 또한 암담할 따름이다. 가해자인 저들은 늘 저렇게 뻔뻔한데, 피해자인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속을 삭여야 하는가. 광복절은 또다시 보름 앞으로 다가왔는데….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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