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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해의 '일본해' 단독 표기, 그동안 정부는 뭐했나

미국과 영국이 유엔 산하 국제수로기구(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IHO는 내년 4월 총회를 앞두고 공식 해도에 넣을 세계 바다의 이름을 정하기 위해 실무 그룹에 참여한 27개 국가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 상황에서 미국 등 주요 국가가 '일본해' 단독 표기 의견을 냄으로써 동해와 '일본해' 병기 표기를 추진해 온 우리 정부의 구상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미국은 해양 명칭은 병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일본해' 단독 표기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본의 입장만 대변한 편파적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정부가 그 같은 입장을 전달했으나 지명위원회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문가들이 제시한 의견이라는 미국 정부의 해명을 듣는 데 그쳤다. 경위야 어찌 됐든 우리 정부의 외교력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한국이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이 IHO는 1929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동해를 일본이 주장해 온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왔다. 일본제국주의의 역사적 과오가 바로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다의 명칭을 해당 지역 왼쪽에 위치한 대륙명을 따르도록 하는 일반적 원칙에 어긋나며 명칭 경합이 있는 해역을 병기 표기하는 국제적 추세와도 맞지 않다.

우리 정부는 세계 각국 지도의 동해와 '일본해' 병기율을 2000년의 2.8%에서 28.07%까지 늘렸으나 이번 사태에서 보듯 여전히 외교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외교력을 끌어올려 발등에 떨어진 IHO의 '일본해' 단독 표기를 막아야 할 상황이다. 서양의 옛 지도가 동해를 주로 한국에 부속된 바다라고 인정해 온 점을 제대로 알리고 병기 표기에 대한 국제적 추세 등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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