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 속으로 지금 걸어가고 있는 나
젖을 대로 젖어서 더 젖을 데 없는 나
온몸이
울음인 것을
울음 기둥인 것을
이정환
새 시집이 막 도착했네요. '디르사'는 히브리어로 구약성서 솔로몬의 '아가'에 나오는 이름. '나의 사랑하는 그대'라 합니다. 시집에는 단시조의 형태 속에 담은 76편의 연가가 있어요. 전편에 담긴 애틋함과 아련함을 보면서 이 시인의 사랑의 대상에 대한 인유를 나는 종교적 의미를 떠나 차고 뜨건 현실로 읽습니다.
꽃인가 하면 낙화이고 환희인가 하면 이내 비애인 사랑의 함의는 익숙할 법하면 다시 빠져드는 함정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젖을 대로 젖어 더 젖을 데 없는 지경을 지나면서도, 돌아보지 말았어야 할 소금기둥이 되면서도 이 서사는 내일도 모레도 '투 비 컨티뉴드'입니다.
그리하여 다시 묻습니다. 천일의 눈물을 하루의 개화와 바꾸시겠습니까? 예! 하는 소리 여기저기 들립니다. 그렇다면 아직 우린 쓸 만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겁니다. "그리하여, 이 시편들을 묵묵부답의 앞섶 자락에 바친다"는 후기의 한 문장처럼 시인이여, 그대가 묵묵부답으로 견디려는 영원, 묵묵부답으로 지키려는 인연, 그 원동력이 묵묵부답임을 알고 나 묵묵부답하겠습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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