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면 고생'이라며 여름휴가는 애당초 없는 이야기인 것처럼 귀를 막고 있는 집사람에게 1박 2일 동안 왕비 모시듯 하겠다는 맹세를 하고 학업에 많이 지친 아들, 딸과 함께 수년 전에 구입한 텐트를 챙겨 자연 속으로 떠났다.
6, 7인용 텐트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아이들이 한 사람의 성인보다 더 크게 성장했기에 텐트는 4인용 맞춤 텐트로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여름날 야영의 추억을 만들기에는 안방 침대가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고스란히 반납하여야 했고 좁고 딱딱한 불편한 잠자리에도 불편을 토로하지 않았다. 불편함에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다들 코를 골며 잠의 세계로 빠져들었고 이 곤한 잠을 깨운 것은 옆 텐트의 어린 남매가 새벽같이 일어나 무엇이 그렇게도 재미있고 즐거운지 "까르르르"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였다.
부스스한 얼굴을 양손으로 비벼 마른세수를 하고 곤히 잠자고 있는 가족들의 얼굴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집사람은 어느덧 40대 중반의 무덤덤하고 둥글뭉실한 아줌마가 되어있었고, 키가 185cm로 나보다 체격이 더 커버린 아들 녀석의 크고 긴 얼굴에는 청춘의 심볼 여드름의 흉터가 몇 개 남아 있었다. 체격에 비해 여리고 착한 성품의 아들이 내년 입대를 앞두고 있다. 본인은 대한의 남아답게 잘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자는 모습을 보니 있으니 마음이 잔하다. 그리고 나의 손과 손톱, 평발까지 속 빼닮은 나의 마스코트 딸을 보니 그냥 입가에 미소만 남는다.
이번 여름휴가는 좁은 텐트 안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서로의 살을 비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임을 재차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대해 쉽게 대하고 놓치며 살지 않았나 하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손진호(대구 중구 동산동)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