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 비교하는 마음만 버려도
시대가 많이 변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허기를 때우며 흰 쌀밥을 그리워했던 우리들이 이제 건강을 생각하며 흰 쌀밥을 멀리하고 있다. 물질이 풍요로워지고 삶이 호화로워질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보다 건조해지고 있는 것 같다.
보릿고개를 넘기던 시절에는 그저 하루 배부른 것이 상책이었다. 꽁보리밥이나 갱죽으로 한 끼를 해결하고 목숨을 연명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만은 맑았었다. 서로들 만나면 끼니를 굶지 않았는지 걱정했고 두레나 품앗이로 넓은 들을 메워나갔다. 모내기가 먼저 끝나는 집은 이웃집 일을 도왔고 마지막으로 끝내는 논은 마을 사람들의 집합장소가 되기도 했었다.
통일벼가 널리 보급되어 배고픔이 해결되자 사람들은 소유와 명예, 권력과 쾌락으로 시선을 돌렸다. 상대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더 높이 누리려 하고 더 많은 것을 잡으려 하면서 허탈해하고 괴로워하고 있다.
화면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볼 때가 더러 있다. 불결한 생활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직업의 귀천이 없고 축적이 없이 하루하루 열매나 날짐승들로 살아가는 그들은 깊은 생각을 해야 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찬바람이 다 가기 전에 일찍 싹을 틔우고, 더 많은 빛을 받기 위해 까치발을 디디면서 풍성하게 잎과 열매를 달았고, 단풍이라는 이름으로 자태를 자랑하던 나무들도 결국 앙상한 가지만을 남기고 떨어지는 것처럼 언제인가 인생도 지고 말 것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생각하는 동물이 사람이다. 깊은 생각이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상대적이 아닌 절대적으로 비교하는 마음만 버려도 한결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권오숙(대구 북구 대현2동)
◆수필 #2쇠고깃국
일곱 식구가 남편의 마른 등만 쳐다보던 시절이었다. 임신 중이던 나는 펄펄 끓는 쇠고깃국 한 그릇이 먹고 싶어 며칠분의 부식비를 털었다. 쌀이 부족해 나물을 넣어 밥을 늘렸다는 시어머니처럼 쇠고기 한 근에 시래기를 가득 넣고 국을 끓였다. 시래깃국인지 쇠고깃국인지 분간할 수 없는 국이었으나 오랜만에 맡는 고기 냄새로 식구들은 고무풍선처럼 한껏 부풀었다. 한창 성장기의 시동생들은 금세 국그릇을 비우고 좀 더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 번을 부엌과 안방을 들랑거리다 아예 국솥을 방으로 가져다 놓았다. 식구들이 밥을 먹을 동안 시동생들 도시락 준비까지 마치고서야 나는 겨우 밥상 앞에 앉았다.
모든 그릇은 스님들이 발우 공양한 것처럼 양념 하나 묻어 있지 않았다. 흐뭇하게 식탁을 둘러보다 국솥에 눈길이 머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먹고 싶은 고깃국이었는데 국물 한 방울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신한 내 형편을 살펴주지 않은 식구들에 대한 원망이 솟구쳤다. 상심한 나는 수저를 놓고 밥상을 치우려는데 밥상 아래에 고기만 담긴 국그릇이 하나 있었다. 남편의 국그릇이었다. 내가 먹을 고깃국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국물만 먹고 고기는 남겨둔 것이었다.
사람들은 가난이 창밖을 기웃거리면 사랑은 폭풍처럼 밀려나간다고들 한다. 그래서 결혼할 상대를 택할 때 안정적인 수입과 재산의 유무를 먼저 따진다. 물론 재산이 많으면 고생을 덜할 수야 있지만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헤쳐 나갈 때 사랑은 더욱 두터워지고 굳어진다고 생각한다.
조경숙(대구 남구 봉덕동)
◆수필 #3 웃음과 행복은 하나입니다.
늘 따라다니던 맞벌이 부부라는 수식어가 올해 3월부터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1년 동안 휴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많이도 힘들었나 봅니다. 아이 둘에 연로하신 시부모님 모시고 함께 살면서 직장 생활까지 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일까 아내는 요사이 부쩍 웃음이 많아졌습니다. '이게 바로 행복인가 보다'는 느낌을 아내의 웃음을 통해 알 것 같습니다. 행복은 전염되나 봅니다. 그래서 저도 요즘 행복합니다. 덩달아 아이들도 예전과 달리 표정이 매우 밝아졌습니다. 이처럼 행복이라는 숫자는 나눗셈을 할수록 더욱 커지는 신비한 숫자를 가지고 있나 봅니다. 그리고 혹시 행복은 컬러풀한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요? 지금처럼 행복에 빠지면 온 세상이 알록달록 예쁘게만 보이니까 말입니다. 아내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바로 행복이라는 사실을 전 15년이 넘어 이제야 알게 되었답니다. 행복이란 때로는 어느 순간 불쑥 찾아오나 봅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행복은 선택이 아닌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인가 봅니다.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는 미래 편지를 전하는 빨간 우체통이 하나 있답니다. 전 미래 우체통에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렇게 쓰고 싶습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매일 머릿속에 떠올리게 해주었던 당신. 그저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행복이 아니라 지그시 눈을 감으면 전해오는 그런 행복을 가져다준 당신. 언젠가 행복의 망토를 쓰고 홀연히 자연과 하나 되는 날, "그대가 있어 행복했노라"고 꼭 말하고 싶소.
성백광(대구 북구 구암동)
♥시 -등불 밝혀지다
비 개인 후
당분간 꺼지지 않을
내 맘에 등불이 밝혀졌습니다.
꺾여졌으나
꺾어지지 않을
인하대학교 젊은 열 명의 꽃송이는
이웃을 생각하지 않던
우리의 조명탑이 되셨고
진흙 속에 묻혀
"여보 죽지 마오, 죽지 마오." 외치던
다섯 노부부의 우정과 사랑을
에이는 마음 보석처럼 간직하며
떠난 세 분의 할머니는
친구 우정, 부부 금실의 청사초롱을
우리의 가슴속에 걸어놓으셨고
담장 철조망에서의 구조의 손길을
바라만 볼 수 없어
스치로폼에 몸을 싣고 손을 잡으려다
한 달 뒤 제대를 앞당겨
천국으로 제대를 한
조민수 수경
망망대해에
등대 하나를 세우고 갔습니다.
장마철 눅눅했던
곰팡이처럼 싹트던
무덤덤의 터널을 빠져나와
노아의 홍수로 믿으며
오늘은 하늘을 원망하기보다
이 고귀한 등불의 빛을 바라봅니다.
세월이 흘러도
밝은 날에도
비 오는 날에도
별이 뜨건, 바람이 불건
이 꺼지지 않는 등불이도록
내 맘속에 영원히 자리하도록 기도합니다.
김영석(대구 달서구 성당1동)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