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오전 울진군청 앞마당이 외국인 방문으로 술렁였다. 기아차가 울진에서 마련한 '유네스코 워크캠프'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 대만, 일본, 홍콩 등에서 온 청년 16명의 등장 때문이었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의 하나인 '울진 워크캠프'의 첫날, 하나같이 "설레며 친절한 울진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미레야(23'여'스페인), 헬렌(26'여'홍콩), 케이티(23'여'홍콩), 파웰(25'폴란드) 씨는 첫날 울진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진 곳"이라고 평가했다.
첫날 울진에서 신고식을 마친 이들은 금강송 군락지인 소광리로 떠났다. 소광리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는 금강송 숲에 들어선 이들은 더 이상 도시인이 아니었다. 손에는 낫이나 괭이가 들렸고, 스테이크 대신 쌀밥과 상추, 오이 등으로 배를 채웠다.
미레야 씨는 영어가 다소 어눌해 친구와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곳의 소통은 언어가 아니다. 몸짓과 배려, 내가 조금 더 땀을 흘려야 친구가 더 쉴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언어는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헬렌과 케이티는 전형적인 도시아가씨로, 농촌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파웰은 한국이 좋아 여기서 눌러앉아 공부할 생각이라며, 특히 환경에 관심이 많아 '울진'을 깊이 연구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대부분의 일정이 산촌마을 내 친환경 유기농 농사체험, 농촌봉사활동, 금강송 군락지 내 훼손된 산책로 개보수 및 숲 가꾸기, 문화체험 등 '고생스러운 일과'로 구성돼 있지만, 이들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생태체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울진이 '개발'과 '보존'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대해 대부분이 '보존'에 무게를 뒀지만, 파웰은 조심스레 개발을 주장했다. 자신의 고향(폴란드 Rozpuda)이 보존만 주장하다 그저 '오지'로 남아버린 것이 가슴에 남아서라며, 보존지역은 보존하고 개발이 필요한 곳은 과감하게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보존해야 할 곳에 개발을 강행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울진원전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파웰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두려움 때문인지 자신의 나라에 원전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폴란드는 10년 후 원전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는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혼란이 많고, 원전을 받아들인 울진의 사례를 통해 연구해본다면 해결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레야는 "흙과 나무를 만지는 경험에 감사한다"며"곧 도시의 삶으로 돌아가겠지만 언제나 자연의 삶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웰은 "대전에 있는 한밭대학에 진학해 한국을 제대로 공부하겠다"며 "한국에 관한 것이라면 어떤 것도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했다. 나이를 묻는 질문에 "가장 좋을 때, 스물 다섯"이라는 재치 있는 파웰의 대답에 학생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15일 이들은 울진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고국으로 되돌아간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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