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와 소통 나선 대구, 인간의 '시간'에 길을 묻다

세계육상 기념 수성아트피아 3인전

권정호 작
권정호 작 '시간의 거울'
강익중 작
강익중 작'팔공산에 뜬 달'
전수천 작
전수천 작 '들숨'과 '날숨'

전시장에 팔공산이 그 형체를 드러낸다. 검은 모래로 뒤덮인 산은 그 자체로 웅장하다. 그 산허리에는 강이 흐른다. 그 강에는 먹빛의 물이 흐르고, 그 물에는 작은 달항아리 수백 개가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찰랑 찰랑 찰랑…. 달 항아리에는 자연스럽게 먹이 배고 한 폭의 수묵화가 완성된다. 강익중 작가가 해석한 대구의 모습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를 기념해 수성아트피아가 특별기획한 전시 '강익중, 권정호, 전수천'전이 9월 2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시간'을 주제로 세 작가가 이번 특별전을 위해 제작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강익중은 실제 팔공산의 모습을 전시장에 재현해 달항아리를 띄운 '팔공산에 뜬 달'을 비롯해 '함께', '산 바람'을 선보였다. '함께'는 시간의 파편을 상징하는 수십 개의 요철 조각으로 된 큰 달항아리를 보여준다. 원래는 둘이지만 불을 뚫고 하나로 합쳐진 달항아리를 통해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다.

강익중의 대표작 '3인치 작품' 이번 전시에도 선보인다. 3인치 작품은 작가가 뉴욕 유학시절 그림 그릴 시간이 없어 3인치 캔버스를 주머니에 넣어 다니며 지하철에서 그린 그림으로, 작가의 대표작이 되었다. 작가는 3인치 산 그림 수천 개를 연결한 '산 바람'을 선보인다. 하나하나가 세계 곳곳의 산이고, 세계의 산을 연결시켜 큰땅을 만들었다. 작가는 "각 나라로 나뉘어져 보이지만 알고보면 세계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던진다. 대구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를 상징하는 듯하다.

권정호는 4천300여 개의 해골 작품을 전시한다. 모두 다른 모양의 해골들을 작가가 닥 섬유로 그 형상을 떠냈다. 저마다 다른 형상의 해골은 성긴 틈새로 바람이 통하고 죽음과 삶이, 음과 양이 뒤섞인다. 1년 6개월 동안 작품을 준비해온 작가는 "우주공간에 살고 있는 인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자 자신에 대한 물음"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거대한 인골탑에 조명을 넣으면서 화려하게 비쳐진다.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화려한 공허함으로 읽어내고 있다.

전수천은 '들숨'과 '날숨'이라는 거대한 큐브 작품을 선보인다. '들숨'은 미니어처 철봉 십만 개를 용접해 제작했으며 '날숨'은 흰 빨대 7만여 개를 조합해 만들었다.

작가에게 '들숨'은 지금까지 들이마신, 이미 지나간 시간을 의미한다. 작은 철조각들은 신체를 이루는 세포이자 시간의 파편이다. 시간 속에 녹슨 붉은 빛을 띤 큐브 한 쪽에는 전자 글자판에 추상적인 문구를 흘려보낸다. 신체와 뇌의 연결을 의미한다. 한편 '날숨'은 호흡을 뿜어내는 행위 자체에 주목한다. 신체를 매개로 시간을 읽어내는 작가의 독특한 시각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수성아트피아 이미애 큐레이터는 "세 작가들은 한국인의 의식에 가라앉아 있는 시간의 원형에 충실하고, 이를 중심으로 세계인들과 소통하고자 한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인들의 숫자만큼 쪼개어진 시간의 파편이 한 덩어리가 되게 하는 축제의 한마당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053)668-1566.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