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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연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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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중 베트남에 다녀왔다. 메콩강 유역에 넓게 펼쳐진 들판에는 벼들이 바람에 푸른 물결을 타고 있었다. 우리 농촌과 다를 바 없는 평화스런 풍경. 가슴 한 구석이 저려왔다. 그 들판에서 부모형제들이랑 오순도순 정을 나누었을 베트남 아가씨, 그 정을 가슴에 묻은 채 머나먼 이국땅으로 시집 온 그녀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녀는 내가 맡은 반 아이의 엄마였다. 자그마한 몸매에 가무잡잡한 피부, 유난히 큰 눈망울이 누가 봐도 금방 낯선 이국인임을 알게 했다. 그녀는 아이가 수업을 마칠 때면 교실 안을 기웃거리는 해바라기 엄마였다. 그러나 아이는 기다리는 엄마를 못 본 척 따돌리고 뒷문으로 빠져나가곤 했다. 아이는 나이 많은 아버지를 부끄러워했고, 나이 어린 엄마도 부끄러워했다. 엄마가 눈에 띄는 외국인이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했다.

그녀는 당연히 우리말이 서툴렀다. 남편은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행동이 굼뜬 아내에게 툭하면 손을 댔다. 시부모님도 며느리를 못마땅해 하기는 남편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하나 있는 딸마저도 그녀와 이야기하려 들지 않았다. 그녀는 빈 집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게 외롭고 불안했다. 말 걸어주지 않는 딸이지만 창문 밖에서나마 지켜보는 것이 그녀의 낙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놓쳐 버린 채 창문 너머에서 서성였다.

학부모와 협동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아이들과 엄마는 힘을 합쳐 연을 만들었다. 각양각색의 연들이 하늘을 수놓았다. 아이의 연도 엎치락뒤치락 거리더니 하늘 높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연은 한 마리의 가오리처럼 하늘을 가르며 위로 향했다. 얼레의 실이 연과 함께 하늘로 뻗어 나갔다. 신이 난 아이는 쉼 없이 얼레를 돌렸다. 모처럼 그녀와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환하게 솟았다. 하지만 살랑대며 불던 바람이 갑자기 역풍으로 변했다. 얼레의 실이 바쁘게 풀리는가 싶더니 팽팽하던 연줄은 맥없이 운동장에 드러누웠다. 연줄이 끊어진 것이다. 까마득히 보이던 연은 공중에서 서너 바퀴 회전하다 운동장 울타리 너머 미루나무 꼭대기에 걸려 펄럭거렸다.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녀는 아이를 다독이며 다시 연을 만들었다. 나는 더욱 애가 타서 종이를 잘라주고 대나무 살에 풀을 발라 주며 그들 옆을 떠나지 못했다. 그녀와 아이는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연을 만드는 일에 몰두했다. 아마도 땅을 박차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연을 보며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환희를 맛본 것 같았다.

차츰 연이 완성되어 갔다. 나는 그들을 지켜보며 불현듯 그녀는 연이고 아이의 아빠는 얼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는 그들을 이어주는 연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모자랄지라도 아이를 연줄로 하여 그녀의 얼굴에 하늘을 나는 듯한 기쁨이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백 금 태 수필가 '초등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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