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는 통역경찰관입니다."(May I Help You? I am Police Interpreter)
31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매표소 앞. 호주 여성 관광객 4명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때 김은영(30'여) 순경이 달려와 상냥하게 웃으며 영어로 말을 건넸다. 관광객들의 얼굴은 금세 밝아졌다.
"매점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데 경찰관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게다가 영어로 말을 건네 깜짝 놀랐다"는 이들은 뒤따라 온 장정석(35) 경장이 유창한 영어로 스타디움 내 각종 시설을 안내하자 "원더풀~"을 연발했다. 김 순경과 장 경장은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맞아 대구스타디움 파출소에 파견된 통역경찰관 콤비다.
이들은 유창한 외국어로 낯선 땅에서 도움을 구하는 외국인들에게 각종 안내 및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등불' 역할을 하고 있다.
통역경찰관은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2003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만 해도 통역은 전문요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부터 경찰이 통역 인력을 지원하게 됐다.
대구경찰청은 올 초부터 지역 경찰관들 중 외국어 전공자이거나 외국어 우수자 15명을 통역경찰관으로 선발했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등 6개 언어를 통역하는 이들은 지난달 9일부터 스타디움과 선수촌, 대구공항 등 대회 관련 시설 6곳에서 맹활약 중이다. 대회가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는 통역경찰관 14명이 추가로 배치됐다. 다른 경찰관들과 마찬가지로 3교대로 24시간 공백 없이 근무하고 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통역경찰관들의 활약은 단순한 통역을 넘어선다. 외국어로 길 안내하기는 기본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도와주고, 늦은 밤에는 콜택시도 불러 준다. 환전이나 스타디움 출입증 발급 등도 도와주고 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기도 한다.
이들의 활약이 입소문을 타면서 스타디움 파출소는 외국인들의 발길로 문턱이 닳을 지경. 김 순경은 "많은 외국인들이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앞다퉈 파출소 문을 열고 찾는다"며 "조금이나마 대회 성공 개최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피곤함도 잊고 있다"고 웃었다.
통역전문경찰관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장 경장은 "2005년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과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경호와 통역을 맡은 경험을 살려 국제행사가 열릴 때마다 통역 업무에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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