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일간의 축제 행복했었다"…시민들 육상매력 '재발견'

대구 세계육상대회 이후…"할수 있다" 자신감도 얻어

5일 대구공항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마치고 대구를 떠나려는 외국 선수, 임원 및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5일 대구공항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마치고 대구를 떠나려는 외국 선수, 임원 및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9일간 참 행복했습니다. 육상이 즐거워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지만 대구시민들은 여전히 육상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대회 초반만 해도 입장권을 억지로 떠맡기거나 무료로 나눠주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으나 이제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한 직장인은 "회사에서 단체입장권을 구매해 직원들의 월급에서 반강제적으로 빼갈 때만 해도 불만스러웠는데, 이제 육상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그 뒤에 네 번이나 더 경기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동성로 한 옷가게 주인은 "대회기간 동안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취하면서 '할 수 있다, 살맛난다'는 느낌과 자신감을 한꺼번에 얻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의 한 학부모는 "학교 단체관람을 이유로 땡볕에 아이들을 경기장으로 내모는 것에 불만이 컸는데 직접 스타디움을 찾았더니 너무 좋았다"며 "이튿날엔 온 가족이 경기장에 나들이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주부 정수미(47'북구 산격동) 씨는 "수업 대신 멀리 육상경기를 보러 가야 한다며 불평하던 고등학생 딸이 대회 마지막 날에 '친구들과 노란 티셔츠를 입고 우사인 볼트를 응원하러 간다'고 즐거워했다"며 "딸이 공부 스트레스도 풀고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육상이 교육의 해답'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구 서부중학교 체육교사 김전종(39) 씨는 "중국과 일본의 선전을 지켜보며 학교의 지원과 학부모들의 관심만 있으면 우리 아이들도 세계적인 육상선수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며 "지난해 우리 학교 육상부가 해체됐는데 다시 부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세계육상대회를 계기로 육상 마니아도 늘었다. 직장인 장현진(28'중구 대봉동) 씨는 "거래처에서 입장권을 억지로 떠맡겨 울며 겨자 먹기로 경기장에 갔는데, 장대높이뛰기 경기를 관람한 뒤 육상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박진감이 넘쳐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즐거움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이상영(64'달서구 상인동) 씨는 "케냐의 키루이, 러시아의 사비노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세메냐…, 이번 대회에 출전한 각국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울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TV를 통해 경기를 보다 선수들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에 매료돼 결국 표를 구해 세 번이나 경기장을 찾았다"며 "폐막식이 열린 4일에는 낮에 벌초를 서둘러 끝내고 저녁 경기를 보러 달려갔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했던 문화관광해설사들은 "이번 대회가 '관광 대구'의 희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문화관광해설사 이현희(52'여) 씨는 "많은 외국인들이 대구를 찾아 '뷰티풀'을 연발할 때 가슴이 뿌듯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대구가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는 김지철(50'달서구 이곡동) 씨는 "늘어난 관광객 덕분에 대회기간 동안 매출도 올랐고, 시장이 종일 북적거려 절로 신이 났다"고 했다.

도심에서 열린 마라톤, 경보 경기를 위해 도로 통제에 나섰던 경찰들은 대구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감동했다. 대구 중부경찰서 전인배(35) 경장은 "여자 마라톤이 열린 대회 첫날 '통제구역으로 잠깐만 들어갈 수 없냐'고 묻던 시민들이 폐막일에 열린 남자 마라톤 경기 때는 알아서 우회도로를 이용하는 등 9일 만에 시민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며 "세계대회를 치르면서 시민들의 질서의식이 한 단계 성숙해진 것이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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