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 4343주년 개천절, "사람 위하는 홍익인간은 섬겨야 할 가치"

인간 물질 만능풍조 제어 유일한 정신 이념으로

4343주년 개천절을 하루 앞둔 2일 팔공산 비로봉 정상 천제단에서 개천문화대축제 추진위원회 주최로 개천대제와 개천절 기념식이 열려 행사 관계자와 시민들이 삼족오 떡 자르기를 하면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4343주년 개천절을 하루 앞둔 2일 팔공산 비로봉 정상 천제단에서 개천문화대축제 추진위원회 주최로 개천대제와 개천절 기념식이 열려 행사 관계자와 시민들이 삼족오 떡 자르기를 하면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오늘은 단기 4343주년 개천절(開天節)이다. 민족의 시조인 단군이 나라를 세운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 하지만 개국(開國)이라고 하지 않고 '하늘이 열린다'는 의미의 '개천'으로 이름한 이유는 뭘까.

'개천'의 본래의 뜻은 단군 조선의 건국일을 뜻하기보다는 환웅(桓雄)이 천신(天神)인 환인(桓因)의 뜻을 받아 처음으로 하늘 문을 열고 태백산 신단수(神壇樹) 아래에 내려와 홍익인간(弘益人間)'이화세계(理化世界)의 대업을 시작한 기원전 2333년 음력 10월 3일을 의미한다. 부여의 영고(迎鼓), 예맥의 무천(舞天), 마한과 변한의 계음(契飮), 고구려의 동맹(東盟), 백제의 교천(郊天), 신라와 고려의 팔관회(八關會) 등 역사상 제천행사는 이 같은 '개천'을 기념하기 위한 국가적인 축제였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견해다.

◆홍인인간'제세이화 = 개천절이라는 이름으로 경축일이 된 것은 1909년 나철이 대종교를 창시하면서부터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음력 10월 3일을 개천절로 공식 채택, 중국으로 망명한 대종교와 합동으로 경축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음력 10월 3일을 해마다 양력으로 환산하기 어렵고 '10월 3일'이라는 기록이 소중하다는 지적에 따라 개천절은 1949년부터 양력 10월 3일로 바뀌었다.

그러나 단군을 두고 여전히 신화냐, 역사적 실체냐를 두고 역사학계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주류 사학계는 단군을 신화로 규정한다. 단군신화는 역사적 사실의 기술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역사성의 표현이라는 것. 그리스'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 등 세계 각국의 건국 신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주류 사학계의 입장 탓에 개천절의 의미는 상당히 퇴색됐다.

하지만 재야 사학계와 일부 소수 학자는 단군을 역사적 실체로 본다. 우리 역사의 뿌리는 단군조선에서 시작한다는 것. 단군을 역사적 실체로 보는 관점은 이렇다. 고대에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이 건국된 것이 기원전 2333년이고, 건국 시조인 단국왕검이 아사달에 '조선'을 세운 날짜가 음력 10월 3일이라고 확신한다. '단군'은 깨달음을 얻은 스승으로 제정일치 시대의 종교'정치 지도자라고 말한다.

단군조선은 당시 구이(九夷)족 내 여러 부족과 토착 종족인 곰족 등이 모인 통일 연맹체적 국가이고,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만주, 연해주, 한반도를 아우르는 광대한 영토를 보유했다. 재야서인 '한단고기'는 단군조선은 제1대 단군왕검부터 제47대 단군고열가에 이르기까지 2천96년간 지속됐다고 말한다.

아울러 홍익인간 및 이화세계(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며, 하늘의 이치가 실현되는 세상)의 정신문화를 현실시킨 정신문명 국가였다는 것. 홍익인간의 실천적 수행법으로 '신선도'가 널리 퍼졌고, 고도의 정신문화와 물질적 풍요를 누렸다고 한다. 특히 홍익인간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최고 이념으로, 윤리의식과 사상적 전통의 바탕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교육이자 세상을 하늘의 이치로 경영하는 통치이념이기도 하다.

◆조화와 상생의 통치이념 = 단군조선 시대를 이끌어간 경전인 '천부경'도 있었다. 81자에 불과한 천부경은 다른 경전과 달리 섬겨야 할 신을 묘사하지 않고, 신비적인 교의도 담고 있지 않다. 간결한 함축미를 보여주는 이 경전은 우주의 생성'진화'완성의 원리와 사람이 몸을 통해 깨닫음을 얻는 과정, 대립과 경쟁의 이원론적인 세계관을 넘어 조화와 상생의 원리 등을 담고 있다. 핵심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이고, 모든 것은 하나에서 나와 하나로 돌아가며 세상에 났으며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다가 하나로 돌아가는 것이 우주의 이치'라는 것.

이용수 대구국학운동시민연합 대표는 "지금까지 인류에 수많은 사상이 출현했지만 인간의 물질 만능 풍조를 제어할 수 없었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정신 가치가 바로 '홍익인간' 이념"이라고 했다.

'풍류와 함께하는 성조 단군 특강'의 저자 강신일 씨는 "삼국유사 이래로 전해 내려온 단군왕검을 역사적 시조로 생각하고, 중요한 사상을 뽑아내 우리의 얼을 찾고, 이를 실생활에 접목해 살아갈 필요가 있다"며 "단군은 하늘의 자손이고, 그 후손인 우리도 당연히 하늘의 자손이 되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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