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68세 된 데이비드 라보라는 남자가 밤중에 로스앤젤레스 북쪽에 있는 산악도로를 혼자 운전해가고 있었다. 운전 도중 맞은편 차량과 교행 직후 60여m의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말았다. 굽은 길인데 반대편 차량의 불빛으로 길을 보지 못하고 직선으로 가는 바람에 차가 절벽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라보가 정신을 차려보니 적막강산에 혼자 누워 있다. 몸은 곳곳에 골절상을 입어 꼼짝할 수가 없게 된 데다 휴대전화마저 부서져 버려 아무에게도 구조를 요청할 방법이 없다.
다음날 아침에 주위를 둘러보니 주변에 자기 말고도 먼저 추락한 것으로 짐작되는 또 하나의 부서진 차량이 있었다. 간신히 기어가서 안을 들여다보니 한 남자가 그 속에 이미 죽어 있었다. 라보에게는 절망밖에 없었다. 하지만 잠시 뒤에 마음을 굳게 먹고 죽을 때 죽더라도 최선을 다하기로 작정했다. 구조될 동안 굶어 죽지 않고 살아 있어야 한다. 비위에 거슬리지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벌레와 나뭇잎을 억지로 입으로 씹어 삼키며 구조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출근하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귀가하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자녀 셋은 바로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였다. 그러나 좋은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세 자녀는 친척들과 스스로 수색 팀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정확한 실종 지점을 알 수가 없었다. 결국은 무작정 산 속의 계곡을 어림짐작으로 따라 걸으며 "아버지"를 외쳐 대는 수밖에 없었다.
닷새가 지났다. 기다리다 지친 라보는 굶주림과 절망 속에 서서히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 희미한 정신 상태 속에 자녀들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듯했다. 소리는 점점 가까이 들려오고 있었다. 라보는 온 힘을 다하여 외쳤다. 결국 사고 엿새 만에 라보는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뉴욕타임스는 "인적이 드문 그 계곡에서 실종된 사람을 구한 것은 기적"이라고 보도하였다. 라보 옆에 죽어 있었던 사람은 그보다 며칠 전 실종된 88세의 멜빈 겔프랜드로 밝혀졌다.
외신에서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줄탁동기'(啐啄同機)라는 말이 떠올랐다. 날짐승들이 알에서 깨어날 때 알속의 새끼는 자신의 부리로 알을 깨고 나오지만 밖에 있는 어미도 입으로 그 알 껍질을 함께 깨어준다는 말이다. 라보가 희망을 잃은 채 곤충과 나뭇잎이라도 먹지 않고 심신이 쇠약하여 죽어 버렸으면 그 가족들이 그를 찾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이 포기한 수색을 그의 가족들마저 포기했다면 라보는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라보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가족들의 깊은 가족애가 동시에 작용한 인간승리의 한 장면이다. 우리보다 먼저 가족이 파괴돼 간다는 미국에서 이런 이야기가 들리니 신기한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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