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르네상스 화가 뒤러의 경우처럼 대개 작가들이 그린 어머니의 초상은 주로 노년의 주름진 모습이다. 그러나 성모자상(聖母子像) 같이 간난 아기를 안은 젊은 부인의 초상 역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잊고 있던 어머니의 상을 일깨워 준다. 현실에서 잘 기억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젊은 시절을 문득 그려보게 하는 것이다.
아이를 안고 정면을 향해 서 있는 이 부인상은 1914년 채용신이 그린 배향용 초상화다. '운낭자(雲娘子) 27세 상'이라고 적혀 있는 모델은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을 때 그곳 관기 출신이었지만 널리 선양할만한 덕행으로 사후에 열녀각에 봉안되었다 한다. 살이 올라 포동포동한 젖먹이를 품에 안은 젊은 여인의 용모는 아마도 그 무렵 이상미의 모든 기준을 구현했으리라. 전신상인 데다 외씨버선의 한 쪽 발이 치마 아래로 살짝 나온 것도 당시 미인도의 전형과 같다.
경계가 분명한 앞이마에 긴 눈썹은 물론이고 가르마가 단정한 쪽머리에 반달 같은 얼굴형도 호감을 살 인상이다. 연한 미색을 띤 짧은 저고리에 주름을 댄 엷은 옥색 치마가 아름답고 풍요롭게 느껴진다. 부드러운 선묘에서 서양화의 음영묘사 기법을, 그리고 구성에서는 성모자상을 연상하게도 한다. 마냥 행복해 보이는 아기의 어른스러운 표정도 15세기 서양의 표현과 닮았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초상화의 비밀' 전에 전시 중이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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