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채용 확대, 학력 파괴 바람이 불면서 특성화고(구 전문계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공공'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고졸 출신에게 점차 문호를 열면서 최근 특성화고에는 전에 없는 활기가 돌고 있다.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특성화고들도 '대학 진학→취업 우선'으로 교육 방향을 선회하면서 특성화고마다 취업률 높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특성화고 입학을 꺼리던 학생'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의 특성화고 입학원서 접수(11월 28일부터)를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구 특성화고의 특색도 함께 소개한다.
◆한 발 빨리 사회에 진출해요
"진로를 일찍 정해 취업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면 특성화고가 좋은 선택이에요."
대구제일여자상업고등학교 회계금융과에 재학 중인 최정은(3년) 양은 지난 5월 이미 취업이 확정됐다. 오랫동안 꿈꾸던 대구은행 고졸 채용 과정에 응시, 같은 과 친구 2명과 함께 당당히 합격했다. 여름방학 때는 여러 학교에서 모인 합격생 20명과 한 달간 합숙하면서 연수도 받았다.
"유니폼 차림으로 손님을 맞는 상황극을 연습했어요. 은행 업무를 사전에 경험해보면서 잘해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어요. 나중엔 신입 행원들을 가르치는 멘토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정은이의 중학교 내신성적은 12%. 일반계고 진학이 충분한 실력이었지만 과감히 특성화고로 눈길을 돌렸다. 대구은행에 입사하기로 목표를 정하고 가장 빠른 길을 찾은 끝에 제일여상에 입학하기로 한 것. 집이 있는 동구 반야월 방면에서 학교까지 1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학해야 했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정은이의 부모 역시 생각이 같았다.
"대학 졸업장은 나중에 따도 늦지 않잖아요. 아버지도 제일여상에 입학해 금융권 취업을 바라셨는데 원하는 대로 된 셈이죠. 합격 소식을 들은 뒤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은행원 딸 두시게 됐다'고 했더니 웃으시며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학교에 다니면서 정은이가 딴 자격증은 전산회계 2급, 컴퓨터활용능력 2급 등 9개. 현재는 10월 말 치르는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 취득시험을 준비 중이다. 11월 보수교육을 받은 뒤 정식 입사까지 다소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은행, 금융권 취업을 꿈꾼다면 특성화고로 눈을 돌려보세요. 목표로 보다 빨리 갈 수 있으니까요."
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 김홍재(전자전기계열 3년) 군은 한국수력원자력㈜ 취업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신체검사만 통과하면 10월 말쯤 최종 합격통보를 받는다. 전국 21개 마이스터고에서 30명씩 지원자격을 부여한 채용시험이었는데 치열한 경쟁을 뚫어냈다. 용재는 토익시험을 준비하며 정식 입사를 기다리고 있다.
"근무환경, 임금과 복지 수준까지 따져본 뒤 한 곳에만 원서를 냈습니다. 합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어요. 회사 생활에 적응이 되면 야간대학에 진학해 원자력 분야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요."
홍재의 중학교 내신성적은 약 50%. 일반계고에 들어가기엔 문제없는 성적이었으나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과 적성을 모두 고려한 끝에 특성화고 진학을 결정했다.
"어릴 적부터 기계 만지는 것을 유난히 좋아해 장난감을 부수고 다시 조립하기를 반복하는 게 취미였어요. 경북기공에 진학하면 제 소질을 잘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대로 됐어요. 이젠 열심히 일해서 모두가 인정하는 진짜 '마이스터'가 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우리 학교로 오세요' 대구 특성화고들
대구 특성화고 18개교는 다음달 28일부터 원서를 받는다. 이들 학교는 저마다 다양한 특색을 내세워 신입생을 기다리고 있다.
3만3천여㎡ 부지에 자리한 대구자연과학고는 교내에 자연관찰학습원을 갖춰 도심에서도 농업 관련 현장 실습이 가능하다. 대구공고는 기계공작법부터 로봇기초 등 기초에서 응용분야까지 집중 교육하는 전자기계과 등 시교육청 지정 특성화학과가 5개다.
기능영재반을 운영 중인 대구전자공고는 올해 제45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전국 5위 성적으로 기능 톱을 받았다. 10개 대학, 20개 산업체와 협력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기술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달서공고는 학교기업인 자동차 경정비 수리센터 '달서모터스'를 설립, 실무 중심의 교육을 지향한다.
현장 체험학습을 강조하는 동부공고는 가사 계열 특별과정으로 피부미용반을 운영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과 후 2, 3시간씩 교육, 미용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돕고 있다. 71개 산업체와 산학협력을 체결한 서부공고는 전자기계과 3학년을 대상으로 교과부와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 산업체 맞춤형 인력을 길러낸다.
경북공고는 대구경영자총연합회, IBK기업은행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청년인턴제를 운영한다. 영남공고는 방과 후 영어'수학보충반, 대학생 무료 학습도우미제를 마련해 기술 습득뿐 아니라 학력 향상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경상공고는 교과부가 지원하는 학교기업 일용ENG를 운영하면서 재학생의 현장 실습 능력을 키우고 있다.
조일로봇고는 방과후교육을 통해 전교생에게 자격증 취득을 독려한다. 중국 위하이 일대로 가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 또한 이곳의 특색. 2013년 북구 읍내동으로 이전할 예정인 대중금속공고의 자랑은 창업 교육을 목표로 한 '비즈쿨(BizCool) 사업'. 또 180시간 동안 외국어, 전공 교육을 한 뒤 국비지원으로 3개월간 해외 산업체에서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도 눈에 띈다.
달성정보고는 IT 선도단을 운영, 정보기술과 웹디자인 분야를 집중 교육한다. 제일여상은 시교육청이 금융'통상 분야 특성화학교로 지정한 곳. 올해 제1회 대구시상업정보실무능력 경진대회에서 최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구여상은 전 교실에 LCD 프로젝터를 설치,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한다. 경북여상은 1교사 1멘토를 통해 교사들이 기업체를 직접 탐방, 요구하는 사항을 파악한 뒤 학생들을 가르치는 맞춤형 취업 교육이 장점.
구남보건고의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기업으로부터 1년간 등록금에 해당하는 직업 훈련비를 받고 졸업 후 그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 요리'제과'제빵 분야 창업 수업이 강점인 상서여정고는 뉴질랜드의 롱베이 공립고, 엘텍국립기술대와 자매결연을 체결해 국제 감각을 갖춘 인재를 키워가고 있다. 관광 전문가를 육성하는 대구관광고는 중국, 일본,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등 4개국 8개 대학과 교류협약을 체결해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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