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서 논술 톺아보기] 논술문 작성하기①-목적에 주목하라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오랫동안 싸우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손자가 '손자병법' 작전편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이다.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판단이 가능한 안목을 가져야 한다. 목적과 수단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전쟁 자체는 단지 수단이고 과정이다. 목적은 승리에 있는 것인데 싸우고 있는 동안 싸움 자체가 목적이 되어 그에 열중하게 된다. 손자는 거기에 주목하여 불필요한 힘을 소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적주의에 철저하라고 충고한다.

전쟁이라는 상황에 한정하지 않고 인간의 일반적인 행동 양상에 적용시키면 그 의미가 더욱 확연해진다. 일상생활 가운데서도 행동하는 것 자체에 열중한 나머지 진정한 목적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목적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주어진 상황에 맞는 행동에만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수준 이하의 논쟁 같은 것이 좋은 예이다. 토론을 하고 있는 중 말꼬리만을 붙들고 정작 중요한 주제에서 이탈하여 말초적인 말장난에 빠져 논쟁이 논쟁을 가져오는 경우가 그것이다. 정치와 관련된 TV토론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통합교과논술 답안 작성에 접근하는 방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에서 발표한 채점 기준표를 살펴보면 이해'분석력 20%, 논증력 30%, 창의력 40%, 표현력 10%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대학들도 조금씩 미세한 차이는 보이지만 비슷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논증력과 창의력이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논술문을 작성할 때 10%의 비중을 지니는 표현력에 너무 많은 노력을 허비하는 경우가 흔하다. 표현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표현은 궁극적으로 수단적인 요소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나아가 논제에도 경중(輕重)이 있다. 다소 오래된 문제이긴 하지만 다음 문제를 한번 살펴보자.

(가)~(다)는 현대인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글이다. (가)~(다)에서 그 양상을 분석해내고, (라)를 바탕으로 현대인이 처한 상황에서 야기되는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2001학년도 한양대 정시)

이 문제는 요구사항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첫째는 문제점이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에 대한 대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요구사항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 제시되는 경우, 대체로 원인이나 문제점을 분석하는 요구사항과 대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요구사항은 비슷한 비중을 가진다. 즉, 현대인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는 내용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 극복 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이 비슷한 비중을 지닌다는 말이다.

하지만 논술문을 실제로 작성할 때는 다소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분석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요구는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후자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서울대의 기준을 따른다면 첫 번째 요구사항은 이해·분석력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거기에 창의적인 사고가 개입될 여지는 별로 없다. 논리력과 창의력은 두 번째 요구사항과 연관되어 있다.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안은 사람마다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술문의 분량도 두 번째 요구사항에 더 많이 할애해야 한다. 분석하는 과제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면서 꼼꼼하게 접근하고는 대책은 원칙적이고 당위적인 차원에서 그치면 좋은 논술문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유형의 문제는 대책, 대안 제시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야 한다.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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