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경기가 된 5차전은 축포가 터지기 직전까지 스릴로 가득 찼다. 배수의 진을 친 SK나 다잡은 승세를 놓칠 수 없었던 삼성 모두 벤치의 전략에서부터 선수들의 플레이에 이르기까지 총력을 쏟아낸 한판이었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었고 수준 높은 맞수의 대결이었다.
7회초 삼성은 빗장 수비의 진수를 보여줬다. 1사 후 정상호의 좌익선상 2루타성 타구를 단타로 처리한 강봉규의 기민한 플레이와 두 번의 피치아웃으로 상대의 작전 시도를 사전에 봉쇄한 것은 단연 압권이었다. 주자를 1루에 묶어둠으로써 결과적으로 병살로 처리한 장면은 초보감독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치밀하고 과감했다.
특히 볼 카운트 원 스트라이크 투 볼에서 두 번째 피치아웃을 감행한 것은 다음의 불리한 볼 카운트를 감안한다면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어 한 점 승부에서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후속 효과는 8회에서도 나타났다. 정근우가 무사에 내야안타로 출루했지만 히트앤드런 작전을 걸 수 없었던 것은 이전의 정곡을 찌른 피치아웃 때문이었고 SK는 안전하게 보내기 번트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오승환의 후속 출격을 예상한다면 SK는 역전을 노리는 히트앤드런 작전을 감행할 가능성이 많은 상황이었으나 피치아웃에 발목이 잡혀 버린 것이다. 수비의 귀재였던 류중일 감독의 경기운영에 대한 숨은 재능이 엿보인 대목이었고 결국 승리를 이끈 중요한 부분이 됐다.
이번 시리즈는 역대 그 어느 시리즈보다 방어를 중심으로 펼쳐진 투수전이었고 매 경기 접전의 연속이었다. 삼성은 피 말리는 한국시리즈의 접전을 통해 체력적으로 열세였던 SK가 서서히 침몰할 것으로 예상했고 정면 승부로 돌파하며 이를 놓치지 않았다. 특별한 전력보강이 없어 4위권을 예상했던 삼성은 정규리그를 치르면서 차우찬의 성장과 윤성환, 오승환의 가세로 점차 자신감을 얻었고 우승의 원동력이 된 만큼 불확실한 타격보다 가능성이 높은 투수전에 승부를 걸고 대비했던 것이다.
지난 시즌 후 박진만을 일찍 자유계약선수로 풀어 준 것도 김상수의 눈부신 도약 등 결과적으로 큰 득이 됐다.
경기 후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필자와 악수한 채 말이 없었다. 영원한 승자가 있겠는가. 이만수 감독도 언젠가 승자가 되어 갈채를 받을 날이 올 것이다. 그 역시 훌륭한 지도자의 비전을 보여 주었다.
최종문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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