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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가이아의 마지막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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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문제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환경의 보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평화의 섬 제주도에 군사시설이 웬 말이냐고 언성을 높이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우리 해군이 진해만에 갇혀 있어서는 태평양으로 뻗어 나오는 다른 나라들의 세력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서 쉽게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수가 없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문제는 늘 이렇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그렇고, 도로 건설이나 택지 개발 때도 항상 이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번에 구미시가 낙동강변에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하니 환경단체에서 반발하고 나선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의 일이다.

이럴 때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책이 있다.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의 저서 '가이아'(GAIA)다. '지구의 체온과 맥박을 체크하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에서 그는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 여기서 지구의 이름이 '가이아'인데 이것은 그리스 신화에서 땅의 신 이름을 따온 것이다.

한 중년의 사나이가 의사에게 찾아와서 몸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호소한다. 의사는 악성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이 사나이는 지구이고 바이러스는 인간이다. 지구는 인간이라는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하나의 비유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물과 공기와 토질의 오염, 황폐화해 가는 산림, 기후의 변화와 기상의 이변, 의술이 발달하고 의약이 개발되어도 늘어만 가는 질병.

이렇게 병든 지구, 가이아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우리는 네 가지의 경우를 가정할 수가 있다.

첫째는 숙주의 저항력으로 바이러스를 섬멸하는 경우다. 이 바이러스가 바로 인간이니 이것은 곧 인간의 멸종을 의미한다. 둘째는 숙주와 병원체가 장기전으로 들어가는 경우다. 지구도 인간도 병든 상태로 고생해야 하니 물론 바람직한 상태가 아니다.

셋째는 숙주가 바이러스에게 정복당하는 경우다. 숙주가 없이 병원체는 살아있을 수 없다. 따라서 지구가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

넷째는 숙주와 병원체가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다. 지구도 살고 인간도 산다면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상태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러브록의 결론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 논거로 미토콘드리아를 들고 있다.

위 네 가지 가설 중 어느 경우라도 지구가 살지 않고서는 인간이 살 수 있는 길은 없다. 자원의 소비를 억제하고 파괴와 오염과 난개발을 막아서 지구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지 않으면 가이아는 '인간과의 결별'(인간의 멸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내밀게 될 것이라고 러브록은 온 인류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윤중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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