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불교계, 中에 고려 범종 반환 요구

한국 불교계, 中에 고려 범종 반환 요구

한국 불교계가 일제시대 일본 승려에 의해 반출돼 중국 뤼순(旅順)박물관에 소장된 금강산 장안사의 고려 범종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외국에 유출된 문화재의 반환 운동을 벌이는 '문화재 제자리 찾기' 사무총장 혜문 스님과 조계종 중앙신도회 이상근 사무총장은 17일 뤼순박물관을 방문, 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범종 '기복종(祈福鐘)'을 북한에 반환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이날 뤼순박물관 관계자를 만나 "기복종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1906년 포교를 위해 금강산 장안사에 있던 것을 침탈, 중국에 들여온 것"이라며 "원래의 자리인 북한의 금강산으로 되돌려보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제시대 조선과 중국 모두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항일투쟁도 함께했다"며 "일제에 의해 수탈된 고려 범종을 제자리에 돌려놓음으로써 남·북한과 중국의 전통적인 친선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뤼순박물관 측은 "기복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중국에 들어왔는지 잘 알고 있다"며 "중국은 국제 법률과 관례에 따라 처리하겠지만 이 문제는 외교 루트를 통해 협의돼야 할 일"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혜문 스님은 "이번 뤼순박물관 방문은 한국 불교계가 기복종 반환을 요구한다는 의지를 중국 측에 공식 전달한 것"이라며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반환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도 이 종의 반환을 중국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은 문화재 제자리 찾기와 기복종을 반환받기 위한 방안을 수차례 논의해왔으며 양측은 이달 22일 개성에서 다시 만나 재협의하기로 했다.

혜문 스님은 "중국 역시 청나라 원명원의 문화재들을 서구에 침탈당했고 이의 반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중국이 기복종 반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불교계와 공조, 기복종이 북한에 반환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중국 당국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기복종은 1346년 원나라 순제(順帝)가 중국의 장인들을 고려에 파견해 주조, 금강산의 4대 사찰이었던 장안사에 내걸었던 범종이다.

높이 2.2m에 직경 1.35m, 무게가 1.67t에 달하는 이 종은 아랫단을 수평으로 처리한 한국의 전통 범종과는 달리 연잎을 본떠 물결 모양으로 처리한 전형적인 중국 범종의 양식으로 주조됐으며 표면에는 산스크리트어로 된 명문이 새겨져 있다.

뤼순박물관이 내건 안내문에 따르면 이 종은 1906년 일본인 승려 아베에이젠(阿部榮全)이 포교를 위해 다롄(大連)에 절을 세운 뒤 인천을 통해 들여왔다.

이 종은 1945년 일본의 패망 이후에도 다롄의 사찰에 걸려 있다가 1958년 다롄 노동공원으로 옮겨진 뒤 2007년 3월 보존을 위해 뤼순박물관으로 옮겨져 1층 로비에 전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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