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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차점 명중…고수 3인 최종병기는

대구외고 정현교 군
대구외고 정현교 군
포철고 박두언 군
포철고 박두언 군

지난달 30일 수험생 성적표가 공개된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돼 '물수능'이라 불리고 있다. 점수대가 비슷한 중'상위권대 수험생이 많아지면서 정시모집에선 치열한 눈치작전까지 예고되고 있다.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되면서 만점자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에서는 인문계열에서만 전 과목 만점자 3명이 나왔다. 대구외국어고 3학년 정현교 군과 조미희 양, 이 고교 졸업생 이현배 군 등 3명이 그 주인공. 경북에서는 과학탐구영역에서 한 문제를 틀린 포항제철고 3학년 박도언 군이 최고 득점자다. 이 중 정현교, 조미희, 박도언 학생을 만나 공부 비결을 들어봤다.

◆맞춤형 입시 전략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성적이 잘 나와 만족스러워요.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준비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요."

대구외고 정현교 군은 스스로 학교에서 성적으로 주목받는 학생이 아니었다고 했다. 평소 내신 성적은 5등급 내외. 그런데 이번 수능에서 언어, 수리 나, 외국어, 탐구영역(3과목)이 모두 만점인 전국 27명 안에 들었다. 주위에서도 현교가 만점자란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수능이 다소 쉽게 출제된 덕도 있겠지만 자신만의 입시 전략을 세워 실천한 것이 현교의 만점 비결. 탐구영역에서 윤리, 한국지리, 경제를 택하는 대신 까다롭게 출제된다는 국사는 제외시켰다.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른다는 생각이 먼저였어요. 서울대에 지원하려면 국사가 필수인데 경희대 한의예과를 목표로 잡았으니 굳이 어려운 국사를 택할 이유가 없었죠. 수능점수가 잘 나왔으니 정시에서 승부를 볼 생각입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 공부 시간을 꾸준히 지킨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기숙사에서 오전 6시가 조금 넘어 일어나 수업과 자습을 한 뒤 자정이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소 불안했던 언어영역 공부를 위해 잠시 학원을 찾았을 뿐 사교육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았다. 대신 하루 자습시간을 항상 5시간 정도 확보했고 고3 들어서는 일주일 단위로 학습 계획을 세워 그대로 실천했다.

평소 최상위권 성적이 아니다 보니 수능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초조할 법도 했지만 성적을 빨리 끌어올리기보다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는 기분으로 임했다. "마음을 급하게 먹는다고 뜻대로 일이 풀리지는 않잖아요. 지난 여름방학 때 탐구영역을 집중적으로 챙긴 것 외에는 학교 진도에 착실히 맞춰간다는 생각으로 공부했어요."

현교는 평소 챙겨준 이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걸 잊지 않았다. 강릉 율곡중 출신인 현교는 주말이면 대구 북구 침산동에 있는 이모집에서 지내곤 했기 때문. "저 때문에 이모가 수험생 수발을 들어야 했어요. 부모님뿐 아니라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신 이모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자습 시간 확보

운동과 음악감상 등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현교 군과 달리 조미희 양은 논술고사를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시모집에서 유일하게 논술고사를 치르는 서울대에 지원할 생각이기 때문. 애초에 서울대를 목표로 탐구영역에서 윤리, 근현대사와 국사를 택한 데다 수시모집 때 대학별고사도 치러 가지 않았다.

"수능점수가 뛴 수험생이 많으니까 논술고사 결과에 따라 당락이 갈릴 가능성이 클 것 같아요. 사회과학계열에 지원할까 생각 중인데 준비를 단단히 해둬야죠."

그래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한결 부담을 던 것은 사실. 가채점 결과 6, 9월 모의평가 때처럼 한 개 정도는 틀렸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만점 성적표를 받아들게 돼 기쁨이 더 컸다.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 미희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한 덕분에 좋은 결실을 맺었다고 전했다.

"학원에 가기보다는 차라리 자습시간을 더 갖는 게 낫다고 봐요. 아무리 많은 것을 배워도 그것을 이해하고 소화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머릿속에 오래 남아요."

미희의 자습시간은 하루 6시간 정도. 주말에는 다소 여유를 가지면서 밀린 숙제와 미처 듣지 못했던 인터넷 강의를 챙겼다. 언어, 외국어, 탐구영역은 EBS 교재와 기출문제 풀이 위주로 준비했고, 부담스러워 했던 수리영역은 방학 때 인터넷 강의를 보며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흔히들 하는 것과 달리 미희는 별도의 오답노트를 만들지 않았다. 예쁘고 깔끔하게 정리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 "수학은 문제집을 두 권 산 뒤 한 권은 여기저기 적어가면서 풀었죠. 어렵거나 틀린 문제는 별표를 해두면서요. 나머지 한 권에는 앞서 별표해둔 걸 보고 체크만 해뒀어요. 마지막 정리할 때 쉽게 눈에 들어와 만족스러웠습니다."

미희는 수험생들에게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전 잠이 많은 편이라 밤에 5시간 정도 자는 것으로는 부족했어요. 대신 쉬는 시간에 잠깐씩 눈을 붙였죠.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제대로 집중할 수 없잖아요."

◆입시 준비는 마라톤

"부모님이 정말 반가워 하세요. 절 키우다시피하신 외할머니께 기쁨을 안겨 드려 기분이 더 좋아요."

포철고 박도언 군은 언어, 수리 가, 외국어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다. 탐구영역의 화학Ⅰ과 생물Ⅰ 역시 만점. 또 다른 선택과목인 물리Ⅱ에서 마지막 20번 문제 하나를 틀렸을 뿐이다. 평소 좋아하고 자신 있던 과목에서 한 문제를 틀려 아쉬울 법도 하건만 도언이는 개의치 않았다. "이번 점수에 만족합니다. 여기저기서 수능이 쉬웠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전 그리 쉽게 느껴지지 않아 내심 걱정했거든요."

도원이의 장래희망은 의사. 수시에서는 연세대 의예과를 지원, 이미 논술고사까지 치렀다. 그 외 몇 곳 더 원서를 넣었지만 수능 가채점 후 생각을 접고 정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세대에 합격할 경우 그대로 진학해야겠지만 떨어진다면 정시에서 서울대 의예과에 응시할 작정이다.

취미인 독서는 언어영역 시험을 치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도언이는 어릴 때부터 학교 공부를 뒤로 미룬 채 독서에 빠져들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 "주위에서 공부 안 하냐고 걱정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 덕분에 언어영역은 별도로 공부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죠. 낯설고 긴 지문도 읽고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졌으니까요."

다른 과목 공부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EBS 교재, 기출문제를 충실히 들여다봤다. 다만 과목별로 별도의 노트를 마련해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다 틀린 것을 기록한 것은 수능 준비 막바지에 도움이 됐다. "틀린 문제 자체를 적어두진 않았어요. 긴 문제를 모두 옮겨 적는 건 시간 낭비죠. 대신 문제에 담긴 개념과 내용을 정리했어요. 나중에 교과서를 보듯 한눈에 읽어내려갈 수 있도록 한 겁니다."

특히 도언이가 강조한 공부 노하우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라는 것이다. 도언이는 1학년 때 자습시간을 2, 3시간, 2학년 때는 4시간, 3학년이 되어선 5시간 정도로 조금씩 늘려나갔다. "일찍부터 몰아치면 빨리 지칠 확률이 크죠. 입시 준비는 마라톤이에요.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면 끝까지 완주하기 힘듭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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