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슈퍼 지구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만든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은 우주에 대해 "우리가 사는 공간과 우리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가를 깨우쳐 주는 원초적 탐구 대상"이라고 정의했다. 큐브릭의 말처럼 인간은 오래전부터 존재의 의미와 인간이 사는 세상을 탐구해오는 과정에서 우주를 의식해왔다.

서구에서는 고대 그리스에서 우주 전체의 질서 있는 상태를 표현하려는 철학이 태동했으며 피타고라스는 이를 '코스모스'(Cosmos)로 표현했다. 이후 종교와 천문학, 수학 등의 학문이 발전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우주와 인간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에서도 거인 반고가 천지개벽으로 분리된 하늘과 땅을 올리고 밀어서 우주가 생성됐다는 전설을 거쳐 기(氣)를 통해 우주를 설명하는 자연철학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고대와 중세인들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자연의 오묘한 섭리에 경탄하면서도 두려움을 느끼며 종교적 가치관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1543년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가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을 제시하면서 사람들의 생각도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수평선 너머로 가기를 두려워했던 서양인들은 대항해에 나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야만적인 정복과 이주에 나섰다.

우주론은 발전하는 과학과 결합되면서 훨씬 더 체계를 갖추게 됐다. 지구가 속한 태양계 외에 은하계가 존재하는 우주는 광대무비라는 표현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며 수많은 행성과 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이후에 우주의 생성을 설명하는 빅뱅 이론과 정상상태 우주론이 등장했고 인간이 달에 첫발을 내디뎠는가 하면 우주 탐사도 이뤄지고 있다.

5일 미국항공우주국(NASA) 캐플러 연구팀이 은하계에서 지구와 흡사한 조건을 갖춘 '슈퍼 지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케플러-22b'로 명명된 이 행성은 중심 별에서 적당한 거리에 있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으며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한다. 1초에 지구의 일곱 바퀴 반을 도는 빛의 속도로 가는 데 600년이 걸리고 우주왕복선으로는 2천200만 년이 걸리는 거리에 있다. 오랜 세월 우주를 탐구해 온 인류가 거둔 또 하나의 개가로 우주의 신비에 다시 한 번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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