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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재의 행복칼럼] 티코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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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 나는 티코를 10년 넘게 타고 다녔다. 티코는 크기는 작아도 힘이 좋아 한여름에도 지리산 성삼재를 쉽게 잘도 넘는다. 나처럼 산골 오솔길이나 도회의 골목길 탐방에 흥미가 많은 사람에게 아주 안성맞춤이다. 기름값도 적게 들고 고속도로와 공공주차장에서 요금도 할인해준다. 웬만한 길에는 개구리 주차도 허용이 된다. 서민에게는 고마운 차다.

하지만 설움도 많이 당한다. 내가 대구적십자병원장 노릇 하러 티코를 타고 첫 출근을 하니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노조에서는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한 고급 기술을 넣는다" 등의 웃기는 소리를 다 하였다.

호텔 가면 주차 직원들한테 설움을 당하고 길거리 가면 교통정리원한테도 반말지거리를 듣기 예사였다. 티코 덕에 웃은 적도 있었다. 어느 날 내가 조상들의 고향인 안동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내 앞에 세 대의 고급 승용차들이 행렬을 지어 가며 모든 차들의 추월을 막고 있었다. 기회를 엿보던 중 의성 도리원쯤 가니 직선도로가 보였다. 전후좌우를 한 번 살핀 뒤 나는 그 깡패 차들을 목숨을 걸고 추월하였다. 승리의 쾌감으로 나의 가슴은 뛰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어느새 교통경찰관의 하얀 오토바이가 내 티코를 막아서고 있었다. 나는 속도위반, 중앙선 침범 등으로 꽤나 큰 위반들을 하였다는 것이다.

화가 났다. 이런 결과를 낳게 한 깡패들은 행복하게 제 길을 가고 선량한 내가 오히려 죄인이 되다니. 최대한 성질을 죽이고 상황 설명을 했다. "남들의 급한 길을 그런 식으로 행렬 지어 진행을 방해할 경우 교통순경인 당신이 당했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그 순경도 그 세 대의 차를 보았는데 자기라도 추월을 하였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관의 결론은 의외였다. "사장님이 그 차들을 추월하기 전에 저를 한 번 보셨잖아요? 어떻게 교통순경이 보고 있는 앞에서 추월을 한단 말입니까? 그건 사장님이 저를 무시하신 거잖아요. 사장님이 깡패들에게 무시당해 분한 것이나 제가 사장님에게 무시당해 분한 것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빨리 면허증이나 내놓으세요"라고 했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반문했다. "어떤 미친 놈이 경찰관이 있는데 추월하겠어요?"라고. 중앙선 침범과 과속은 실종되고 우리는 엉뚱하게 "봤다, 안 봤다"라는 문제를 두고 한참이나 다투었다. 교통경찰관은 이윽고 "솔직히 티코 운전자가 저를 한 번 힐끗 보고 위험하게 차들을 추월하길래 필시 젊은 애가 타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연세 든 분이군요. 사장님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그냥 가세요. 운전 조심하고요"라고 하며 훈방해 주었다. 티코가 교통위반을 하면 경찰관은 운전자가 철없는 어린애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안동으로 달리면서 한참 웃었다. 기분이 좋았다.

권영재 미주병원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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