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비상 상황에서 불통 중인 한'중 정상 대화 채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한반도의 가장 큰 이해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 정상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일본, 러시아 정상과 전화 통화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나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이 대통령의 통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중 외교 장관 간 통화가 20일 밤에야 이뤄졌지만 긴급 상황에서 두 국가 정상들의 대화 채널이 닫혀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 의장국이면서 한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문제가 생기면 바로 만나거나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은 또 북한의 후견 역할을 하며 밀착돼 있는 국가로 북한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한국과 협의해야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 주석이 이 대통령의 통화 요청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면 이는 중국의 오만한 외교적 결례에 해당된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우리를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에 편향된 외교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과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의 대중 압박 정책에 동참하는 등 중국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행보를 달가워할 리 없는 중국은 천안함 피격 사건 때에도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가 하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 등에 대해서도 고압적 자세를 유지해 왔다.

이번에 드러난 한'중 정상 간의 불통은 정상적 관계로 보기 힘들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여 있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중 외교를 살리기 위해 외교 노선의 전면적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균형적 시각을 갖추고 유연성을 불어넣는 노력이 있어야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렛대 역할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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