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품 포장용품을 생산하는 A회사는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데리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3명이 모두 다음달 본국으로 돌아가기 때문. 회사 대표 이모(40) 씨는 "지난 2년간 회사에서 일하며 기술까지 배운 이들을 돌려보내는게 아쉬운 것은 물론 이들을 대체할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다"며 "제조업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대구경북지역 제조업체들이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국내 체류 만기에 도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출국이 대거 몰리면서 인력 대란 발생이 우려되기 때문.
◆사람은 느는데 구하긴 더 어려워
국내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91년 해외투자업체 연수제도를 하면서부터다. 이후 1993년 11월 외국인산업연수제도가 도입되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4년 8월부터 산업연수제와 고용허가제가 병행 실시된 뒤 2007년 1월부터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되면서 고용허가제에 의한 외국 인력 도입이 본격화됐다.
대구경북의 외국인 근로자는 2008년 1만6천280명에서 최근 2만739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외국인 근로자 도입 쿼터는 대폭 줄었다. 제조업으로 국한해서 보더라도 올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는 4만 명으로 2008년 6만800명의 65.8%에 불과하다. 갈수록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
게다가 2006~2007년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 대거 만료되면서 지역 제조업체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은 최고 4년 10개월까지 근무할 수 있고 산업연수생은 최장 6년간 근무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2006~2007년 들어온 근로자가 올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빠지게 된다.
출입국관리통계연보에 따르면 2006년에 국내에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외국인은 6만5천457명으로 최장 6년의 체류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부터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또 2007년부터 고용허가제로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 6만1천818명 역시 최장 4년 10개월이 끝난 지난달부터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역 제조업체의 수난
갈수록 줄어든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와 기술을 가르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등의 문제로 지역 중소기업은 시름에 빠졌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지역의 2만여 명 외국인 근로자 중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본국으로 돌아가는 근로자가 적어도 5천 명은 될 것이다"며 "지역 중소기업들은 이들을 대체할 인력을 구하려는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의 한 업체는 데리고 있는 4명의 외국인 근로자 중 한 명이 내년 초에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곳 김영수(54)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들을 구해도 기술을 가르치는 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며 "정말 지금의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로는 제조업을 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제조업체 대표 역시 "외국인 근로자 쿼터 확대와 체류기간 연장 등을 통해 부족한 외국인 근로자도 늘리고 이들이 기업을 위해 좀더 부지런히 일하도록 해줘야 한다"며 "쿼터제로 사람들의 수가 적다보니 근로자가 오히려 갑의 입장이 돼서 출근도 안하고 대충 일하는 등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센터 관계자는 "태국과 베트남 등 2개국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체류 기간이 완료된 이들 중 자진출국자에 한해 특별한국어시험을 통과하면 6개월 뒤 직전에 근무했던 곳으로 다시 취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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